100여 대를 랜트하면서 쌓은 차종 선택 경험담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진행되는 학회지만, 숙소는 실리콘 밸리로 잡는다. 숙소 비용을 절약해서 랜트카로 미국을 느껴보고 싶어서다. 도시보다는 자연이, 두려움보다는 자유로움이 더 좋다. 인생 첫 랜트카는 mazda 626. 소나타급이거나 살짝 낮은 정도다. 혼자였고, 짐이 많지 않아서 더 작은 차를 생각했는데, 프로모션이라며 업그레이드받은 결과다. 공항의 복잡한 도로를 지도 하나에 의지해 겨우 빠져나오자,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비행 피로를 증폭시킨다. 한국의 가을 하늘보다 더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낯선 간판, 차들과 건물들이 의식 저편에 와닿는다. 101을 따라 산호세를 향하던 시간은 무중력의 몽롱함으로 남는다.
혼자라도 준중형급으로
혼자만의 여행이라도 아반떼급 이상을 랜트한다. 편도 8차선 고속도로를 무한 질주하는 대형차들 사이를 달릴 때, 작은 차체는 낯선 도로만큼이나 불안을 가져다준다. 2명이 함께 하는 경우에도 준중형급으로 한다. LA, 샌디에이고 여행 때는 kia soul을 선택한다. 라호야 비치를 산책한 후, 딸아이의 친구들을 차에 태우니 무게감으로 언덕을 오르는데 힘이 부친다. 고속도로로 진입할 때는 탄력을 받아 흐름에 올라타야 하는데 반박자 늦게 출발선을 통과하는 100m 달리기 선수가 된 기분이다.
파견 근무 당시, 출장 온 후배의 랜트카는 아벨라다. 후배가 길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운전대를 대신 잡는 순간 다가오는 핸들의 무거움과, 100Km/h이상의 속도에서의 흔들림은 장거리 운전이 아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끝없이 뻗은 도로를 질주해야 할 상황이 잦은 미국 서부에서의 운전 스트레스는 치명적이다.
초 장거리 운행에 맞추고 선택한다
LA 디즈니랜드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는 4시간 거리다. 여기서 다시 그랜드 캐년까지는 4시간을 넘어 달려야 한다. 하루에도 서울 부산을 두세 번을 달린다는 가정하게 차량을 선택한다. 부지런히 미국 서부를 달린 동행은 침대 시트보다 자동차 시트와 함께한 시간이 더 길다고 말한다. 차종별로 운전자를 위한 UX UI의 차이는 크지 않다.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반나절이면 적응이 가능하지만, 차량 좌석은 여행자의 컨디션을 좌우한다. 민감한 사람이라면 차종 선택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카 시트의 안락함을 기준으로 본다면, 일본 브랜드, 한국 브랜드, 미국 브랜드 순이다. 유럽 브랜드는 랜트카 회사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미국 서부는 대도시를 벗어나면 주행거리 길어지고, 편의 시설을 기대하기 힘들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없다. 간혹 인터체인지 인근에 맥도널드와 주유소가 자리한 영화 속 풍경이 나타난다. 비행기 기내처럼, 차는 휴식공간이자 식사 장소다. 물, 커피, 과일, 과자, 때론 간단한 샌드위치 식사 등을 이동 중에 해결하게 된다. 먹거리를 담은 아이스박스가 차의 실내로 들어와 있어야 하고, 공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긴 여정은 편안한 수면 자세를 갈망케 한다. 멍 때림에도 허리의 편안함은 필수다.
고급차는 선택한다면
최근 지인들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뒷 유리창이 깨고 소지품 훔치는 사고를 겪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수차례 미국을 다녔지만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다. 뻥 뚫린 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리고 싶은 충동 때문에 혹은 명품 차에 대한 경험을 목적으로 고급 차량을 선택한 결과임을 알게 된다. 동양인에, 고급차 그리고 차에 짐이 잔뜩 실려 있다면, 눈에 띄는 타깃이 된다. 고급 차량을 이용할 경우, 시내에서 주차는 관리인이 있는 곳을 찾게 된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안전이 우선이다. Ford Mustang을 랜트했을 때는 스키장이 목적지였다. 관광지 주차장은 도난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3인, 4인을 위한 차종 선택
유학생활을 위한 수하물과 3명의 성인을 고려한 선택은 Volkswagen Tiquan이었다. SUV의 넓은 수하물 공간에 대한 믿음이다. 7인승 미니밴도 고려의 대상이었다. 당시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는 7인승 미니밴보다 저렴했다. 수하물은 이민 가방 2개, 28인치 하나, 24인치 두 개 그리고 개인용 가방 3개였다.
자동차 여행의 최적 인원이라고 하는 3명인 경우에는 Nissan Altima급으로 결정한다. 운전 편의성과 가성비면에서 최적이다. 단, 20인치 슈트케이스 3개 정도를 소지한 경우다. 실내에 개인 소지품을 위한 공간과 장거리 여행용 식음료 공간이 확보된다. 인생 사진을 기획할 때는 예산을 좀 더 확보하고 트렁크 공간이 넓은 SUV 등의 차량을 선택하게 된다. Alamo 등의 랜트카 회사는 주차장에 등급별로 차를 세워둔 후 고객이 원하는 차종을 선택하도록 한다. 짐과 사람이 모두 편한 차량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트렁크를 열어보기도 한다.
4명이면서 짐이 많지 않을 때는 대형 승용차로도 가능하다. 그런데 대형 승용차와, 7인승 미니밴의 렌트비는 차이가 크지 않다. 사람을 위한 넉넉한 공간과, 슈트 케이스 사이즈에 대한 압박이 사라진다. 고급차 이미지가 아니어서 도난 위험도 줄어든다. 중형급 이상 SUV의 렌트비는 일반적으로 30~50% 정도 높다. 프로모션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대형 승용차, 7인승 미니밴, 중형급 SUV의 가격 비교를 꼭 하게 된다.
SUV를 선택할 때
스키를 즐기러 Lake Tahoe를 향한다. 시에나 네바다 산맥을 오르면서 눈이 날리기 시작한다. 스키장에 가까워지면서 앞서간 차들의 흔적으로만 길을 가늠할 수 있다. 승용차로 나선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 옆으로는 4륜 구동차들이 거침없이 달린다. 이후 눈이 많은 지역을 여행할 때면 SUV를 선택한다. 미국 서부는 내륙으로 들어가면 해발이 2000m가 넘어서기도 한다. 그랜드 캐년 South Rim의 11월은 눈의 흔적을 담고 있다. North Rim은 눈으로 출입이 통제된다.
나바호 인디언의 성지라 불리는 모뉴먼트 밸리는 해돋이 맛집이다. 울산 앞바다에서의 접한 애국가 해돋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렬한 인상을 준 곳이다. 낮은 성스러운 기운을 만끽하는 로드 투어의 시간이다. 붉은 사막의 모래 속으로 뛰어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직접 차를 몰고 비포장 도로로 나서거나, 인디언들이 운영하는 투어를 이용하면 된다. 투어 가격은 정해저 있다고는 하지만 인디언들과의 흥정이 필요하다. 180명이 팀별로 받아 든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SUV의 비싼 가격이 오프로드에서는 진가를 발휘한다.
5인 이상을 위한 차종 선택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온 미국 서부 여행 때는 Toyota Sienna가 배정된다. 경험해보지 못한 승차감과 연비다. 시트도 편안함 그 자체다. 수하물 공간도 뒷바퀴 뒤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디자인해 놓았다. 어린이 한 명과 성인 6명(남성 2, 여성 4)으로 구성된 가족의 짐과 아이스박스, 그리고 마트를 들릴 때마다 늘어나는 봉지들을 담아낸다. 이후 타 브랜드의 수하물 공간은 Sienna를 모방한다.
7인승 미니밴은 표준 체형 여성 7명에게 불편하지 않다.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이가 포함된 경우라면 좀 더 넉넉하게 다가온다. 남성으로만 7명은 불편한 구성이다. 5~6명인 경우 7인승 미니밴은 안락한 공간을 선사한다. 문제는 슈트케이스다. 수화물 적재 공간에 적합해야 한다. 20인치 슈트케이스가 트렁크 공간에 적합한 사이즈다. 20인치 슈트케이스 8개, 아이스박스와 마트에서 장만한 다양한 식음료와 물건들을 실을 수 있다. 작은 가방들이 추가되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기술은 요구된다. 후방 시야는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운전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과거 일부 8인승 미니밴은 2열 중간 좌석까지 일반 시트여서 8인 탑승에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모델들은 대부분 보조석이다. 8인인 경우 chevy Suburban이나, gmc yukon XL(반드시 XL 모델이어야 한다)을 선택한다. 8인 모두 성인 남성이라면 좁게 느껴진다. 이들 차량의 2,3열 시트는 모두 정상적 좌석이라 불편하지 않다. 수화물 공간도 상당히 넓다. 7인승 미니밴에 비해 한결 여유로운 수하물 공간을 제공한다. 가격은 미니밴에 비해 50~100% 정도 비쌀뿐더러, 서둘러 예약을 해야 한다. 랜트카 회사별로 보유 대수가 많지 않다.
8인이 2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되면 유류비, 통행료, 주차비, 공원 연간 패스 등의 비용이 2배가 된다. 한 명의 운전자가 감당해야 할 운전 시간이 길어지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 최근 8인승 SUV의 편의 시설들이 좋아지고, Leg Room도 넓어지는 추세다. 자리 배치를 바꿔가며 긴 수다를 가져보는 또 다른 여행의 맛도 즐길 수 있다. 때론, 뒷자리 구석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러다 문뜩 고개를 들 때면, 눈을 의심케 하는 경관을 마주하기도 한다. 따로 또 같이 하는 여행을 만들어 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