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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Sep 12. 2021

미국 서부와 만나는 법

그곳은 지금도 아름답습니다

미국 서부를 만나러 간다고 하면, 무조건 운전대를 잡으라고 한다. 아라비아의 로랜스는 사막을 사랑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때 묻지 않은 청결함"으로 답한다. 그는 사막을 낙타로 누빈다. 운전대를 잡으면 다가오는 서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만나는 그것과 같을 수 없다. 눈꺼풀의 무게만 감당할 수 있다면 운전대를 놓지 않게 한다.


도로가 지평선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그 옛날 바닷속에서 쌓여온 세월이 물 위로 솟아 오른 후 비와 바람을 만나 작품이 된다. 문명의 흔적은 도로와 간혹 지나치는 차들이 전부다. 머리 속도 인간 세계를 벗어난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를 부지런히 안내한다. 도착은 정해진 미래다. 운전을 하고 있는 순간만이 현재를 지배한다. 제자리에 앉아서 생각이 천리를 달리던 일상에서 벗어나, 달리는 차 안에서 몸도 의식도 오로시 한자리에 머문다.


황량한 서부를 배경을 살아가는 이들은 거칠다. 그리고 따뜻하다. 난처한 상황을 겪으며 노견에서 차를 바라보고 있으면, 차를 세우고 자신의 일처럼 도움을 준다. 때론 미소로, 때론 무표정으로 별일 아니라면서 자리를 떠난다. 거친 환경은 낯선 이들까지도 '우리'로 이어주는 힘을 가진다. 버스를 타고 국립공원, 인디언 보호 구역 등을 다녀서는 미서부를 만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에 담을 수 없는 세상까지 담고자 하는 여행자라면 말이다. 홀린 듯 황량한 대지를 가로지르고 있는 자신을 반복적으로 발견하게 된다.


첫 해외 출장으로 시작된 미국 서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업적 특성상 빈번한 미국 서부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그중 일 년간의 파견 근무라는 행운도 자리한다. 이후, 40명, 80명, 때론 180명의 지인들과 종횡무진 건조한 모래 바람 속을 달리기도 한다. 여행지 소개는 다른 분들에게 맡겨본다. 미국 서부를 온전히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간 경험한 실수와 배움을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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