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못할수록 좋다?
미네아폴리스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캔자스 시티에 도착한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전형적인 미국식 주택에 들어선다. 거실에서 멀리 부엌의 작은 TV가 눈에 들어온다. 영화의 한 장면이 계속 반복된다. TV에서 흘러나오는 흥분된 영어는 상황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주인 아주머니의 설명을 듣고서야 파악이 된다. 911 테러다.
그날 이후, 미국 입국은 더욱 깐깐해진다. 지루했던 절차가 이제는 지치게 한다. 알카에다는 까다로운 입국 심사를 낳는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40명과 함께 도착한다. 일행 중 미혼의 젊은 여성 두 분이 오랜 시달림 끝에 입국 심사대를 통과한다. 소문으로만 듣던 까다로운 미국 입국 심사를 간접 경험한다. 다음번 여행은 LA에서 시작된다. 한 분의 영문 이름이 테러 리스트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2시간여를 집중 조사를 받는다.
이번에는 180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프리 미팅을 통해 입국 심사대에서의 처세술을 나눈다. 다수가 미국은 처음이다. 도착하자마자 귀국 편 비행기를 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긴장감이 감돈다.
운전 중 경찰을 만났을 때와 유사한 전략을 사용하기로 한다. 최대한 영어를 하지 않는다. 어설픈 영어는 오해를 만든다. 지문 스캐너 사용법을 안내하는 입국 심사원의 수신호를 눈여겨보기로 한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된다. 요구하는 서류는 귀국 편 항공 티켓과, 숙소 주소나 예약 확인서 정도다. 왜 미국에 왔냐는 질문처럼 느껴지면, 로스앤젤레스 라면 디즈니랜드를, 샌프란시스코 라면 골든 게이트 파크를 완벽한 한국식 발음으로 구사하기로 한다. 열흘 동안의 5000Km에 달하는 여정은 대다수의 미국인에게는 상상의 영역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혼의 젊은 동행들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에 묻어서 입국 심사를 받는다. 어린이 보호를 우선시하는 미국인의 사고방식은 입국 심사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가 되어준다.
기적과도 같이 180명 중 단 한 명도 여행의 시작부터 힘이 빠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