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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Oct 24. 2021

작품이 된 일상은 반복되지 않는다

부지런한 일상 남기기

방송을 위해 찾아간 갤러리는 부동산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전시 중이다. 세밀한 연필선이 한지 위를 지나면서 작가의 추억을 드러낸다. 운 좋게도 작가와의 인터뷰가 성사된다.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집을 찾지 못한 아쉬움과 아이와 함께할 포근한 보금자리에 대한 소망이 녹아있다. 부동산 아주머니가 자랑한 분재가 된 아파트 단지의 인공 산과 폭포 그리고 숲은 지게차용 파렛트 위에 올라간다. 작가의 삶은 예술이 된다.


갤러리 관장은 작가의 인년 전 작품은 초조함, 화가 담긴 부동산이었다고 소개한다. 이번 작품에는 편안함이 느껴진다는 말에, 옆에 있던 작가는 미소로 동의한다. 연필을 잡은 손은 내면을 내어 놓는 인터페이스다. 복제된 인간은 원본과 다른 기억을 축적할 수밖에 없다. 의식이 달라지고 둘은 다른 사람이라는 설명이 힘을 얻는다. 다른 생명체들이 DNA 변이 속도에 묶여 있을 때, 사피엔스는 인지 혁명을 통해 차원이 다른 속도감으로 인류세에 이르게 되었다고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만화가 허영만은 머리맡에 메모지와 펜을 두고서야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간혹 배우자를 괴롭히게 된다고 한다. 눈을 뜨면 날아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500자 글쓰기를 습관화하고 있는 스마트폰 찬양가는 카메라에 담긴 일상의 기록들을 보여준다. 기록을 위한 좋은 앱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기본 앱인 메모장을 소개한다. 최근에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기능까지 탑재되어 운전하면서도 떠오르는 소소한 것들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일상은 반복되지 않는다. 관찰자 시선에 따라 현상이 바뀐다는 양자 역학에 따른다. 내면은 시각의 변화를 가져온다. 미세한 차이까지 감지하는 마음의 눈은 인터페이스에 영향을 미친다. 안과 밖의 화학반응을 쏟아내는 행위가 반복되면서 가속도가 붙는다. 강력해진 중력장은 시간을 왜곡시키고 인식의 확장을 가져온다. 일상의 지루함은 사라진다. 인터페이스는 더욱 부지런히 작업을 수행한다.


부지런히 키보드를 두들긴다. 뇌 세포 간의 신생 연결이 느껴진다. 새로운 경로는 달라진 경험을 선사한다. 오징어 게임을 지금까지 있던 작품들의 편집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9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요구함에도 전 세계인을 모니터 앞에 머물게 한 다른 그림이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을지 몰라도, 멈추지 않는 의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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