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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Oct 20. 2021

생습, 학습을 뛰어넘다

생각하고 익히는 습관의 힘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벗어나면 바다 건너 서쪽과는 다른 차원의 태양과 마주하게 된다. 일 년 이상의 프로젝트다. 한 달 동안은 회사에서 호텔비를 지원하지만, 이후에는 장기 랜트 아파트를 구해야 한다. 한 달 먼저 산호세에 온 동료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적절한 아파트 단지를 정한다. 목조로 된 3층 아파트 단지에서 남향인 빈 집들 중에 한 채를 선택한다. 입주 일주일 만에 쇼핑카트로 나 홀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남향인 집안으로 태양은 사정없이 들이친다. 실내 온도는 한 여름 노상 주차장의 차 안 수준으로 치솟는다. 다행히도 북향인 빈 집이 있어서 건식 사우나를 탈출할 수 있었다.


학습이 아닌 생습을 강조하는 수학 선생님을 만난다. 배우고 익히다 보면, 배운 내용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 되고 익히기에만 집중하게 된다. 생각하면서 익혀야 한다. 수학의 뿌리가 되는 공리로부터 배움을 확인해야 한다. 생각하는 과정을 익혀야 하고, 생각해서 습득한 내용 또한 익혀야 한다  유클리드 기하학을 배우기만 하면 비 유클리드 기하학은 전혀 다른 배움의 대상이다. 유클리드 기하학을 공리로부터 찾아가는 과정은 비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이어준다. 아인슈타인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졌던 '동시'라는 개념에 대한 합리적 회의를 시작한다. 그리고 상대성 이론에 다다른다.


늪에 빠지면 이런 기분일까. 발버둥은 빠져드는 속도를 빠르게 할 뿐이다. 잠시 멈추고 효율성의 덫에 갇혀있던 뇌를 깨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질문과 대답이 이어간다. 점차 뿌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생각의 근력으로 끝장 토론을 이어간다. 치열하게 경험과 지식의 빅데이터를 누빈다. 유레카. 삶의 에너지원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떠나는 여행임을 깨닫는다. 짙은 안갯속에 갇혀 있던 길은 떠오르는 태양아래 지평선 넘어까지 뻗어간다. 무겁기만 하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미국 파견 근무는 다국적 기업으로의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인생 선배들의 조언에는 잦은 이직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 한국계 기업 인터뷰에서 듣게 되는 이직 사유에 대한 질문을 다국적 기업 인사 담당자와의 자리에 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헤드헌터의 연락이 끊어지지 않는데 노오력을 기울여야 했다. 평생직장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사라지고, 평생 직업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퍼스널 브랜드의 시대로 접어든다. 사회, 경제 활동을 하는 근복적 이유를 바탕으로 변화에 적응하는데 집중한다. 생각은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명확하게 해 준다. 생각하고 익히는 습관은 반드시 겪게 될 실패까지도 흡수한다. 재정비와 재출발에 소모되는 에너지도 절감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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