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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Jul 22. 2021

어머니와의 수학 시간

문해력과 논리적 사고 능력

자기소개서에는 평범하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자신의 삶이 특별해지기를 바라면서, 일상에서의 경험은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어머니와의 수학 시간은 당시에는 평범한 일상 중 하나였지만, 돌이켜 보면 특별한 시간이었다. 


수학 문제집을 들고 오라 하시면, 소파에서의 수학 공부가 시작된다. 문제를 눈으로 읽고 나면, 문제에 대해 설명을 해보라고 하신다. 문제의 지문을 나름대로 풀어서 설명을 한다,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는 경우, 지문 해석에 필요한 용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시거나, 개념을 바로 잡아 주신다. 지문을 제대로 이해한 듯하면, 어떻게 하면 답에 이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풀이 과정을 이야기하면, 접근 방식에 대한 오류나 대안 등을 알려주신다. 빼곡한 수식으로 이어진 풀이와 교수자의 빨간 팬으로 가득한 수학과는 거리가 먼 수학 시간이다.


어머니의 수학 교실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된 듯하다. 연산 능력을 확인하는 문제들이 주를 이루던 초등학교 저학년과 달리, 4학년부터는 특정 상황을 주고 이에 적합한 해답을 찾으라는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지문을 이해해야만 수식을 만들 수 있다. 문해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식이 만들어지면 풀이 과정이 시작된다. 단순 연산을 벗어날수록, 논리가 중요하다. 공식은 과정을 도울 뿐, 전체적 풀이 과정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어머니의 수학 교육법은 문해력과 논리적 사고를 강화하는 과정이었다. 수학을 배워야 하는 주된 목적에 부합하는 학습법이었다.  


프로그래밍을 강의하다 보면, 문법에 집착하는 교육법에 당황하기 일수다. 종이 위에 적힌 코드에서 문법 오류를 찾거나, 빈칸을 채워 넣는 방식의 기출문제가 많다. 코드의 문법적 오류는 컴파일러가 자동으로 찾아준다, 빈칸 채우기는 누군가가 만들어준 논리를 따라가기만 하면 가능하다. 현실 프로그래머는 개발 목적을 이해하고, 이에 최적화된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를 설계해야만 한다. 코딩은 전체 업무의 반이나 될까. 프로그래머의 실력은 문법보다는, 문해력과 논리적 사고 능력에 좌우된다.


직원을 채용하거나, 외주업체에 일을 위탁할 때, 문제 해결 능력을 확인하게 된다. 질문과 답변 속에서 질문에 대한 이해 능력과 논리적 접근 능력을 알아보게 된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기회를 줄 수는 없다. 동의할 수 있는 논리적 해결 과정을 제시하지 못하는데 함께 일하기로 결정하지 않는다. 물론, 이해와 논리를 바탕으로 한 해결책도 결과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문해력과 논리력을 바탕으로 한 접근법은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을 가능하게 하기에, 대안 수립을 용이하게 한다. 그래서 정답 제시 능력보다 문제 분석 능력과 논리적 접근법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감정과 이성의 조율이 필요한 순간에도 감정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감정을 무시하면 스트레스가 축적된다. 어느 순간 이성적 제어가 불가능한 순간을 맞이한다. 감정의 뿌리를 알고, 타당한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해 본다. 시행착오를 겪을지는 몰라도, 깨달은 자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어제보다는 감정과의 공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시대는 지금까지의 기출문제와는 다른, 새로운 문제들을 꾸준히 제출한다. 문해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는 시작일 뿐이지만, 이 경우의 시작은 반 이상이다. 기존의 공식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새로운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실패는 일상일 뿐이다. 실패에 대한 분석 능력이 해결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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