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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Jan 16. 2022

Epilogue - Shall We Go?

혼자가 아니어서 미국 서부는 더 많은 이야기를 선물한다

어디에나 그렇지만 여기에만


그랜드 캐년을 바라본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이 들려온다. 좁은 땅에 옹기종기 모여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현실은 자연의 작품을 감상할 여유를 허락할 수 있었을까. 캐년 랜드는 1950년대에는 우라늄을 찾던 장소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광산 개발자들의 흔적만 남는다.  


거친 자연이 만들어낸 황무지, 사막은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다. 경제적 여유는 모험가들만이 접근 가능하던 곳들을 안전하게 차로 다가설 수 있게 한다. 트래킹 코스를 개발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셀프 드라이빙의 혜택


전화가 터지지 않는 서부의 어느 도로에서 타이어 펑크를 간신히 수습한 일행은 모뉴멘트 벨리의 자동차 수리소를 방문한다. 문신으로 위압감을 주는 건강한 인디언의 도움으로 펑크 난 타이어를 수리한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 "it's free". 조금만 익숙해지만 언어 장벽을 넘어서서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이나 영화 속 그들이 아니다. 그들의 과일과 야채 냄새만이 아니라 사람 냄새를 맡으며 쇼핑을 한다. 여행 가이드가 주는 편안함을 포기하는 대신, 편견을 벗어던지고 자연과 어우러진 삶 속으로 들어간다.


따로 또 같이


철저한 준비의 장점은 때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은 일상 속에서 지나쳤던 면들을 드러낸다. 수많은 감정을 짧은 순간에 경험하게 한다. 그간의 무심함에 다시 한번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탁 트인 시야와 긴 드라이빙이 주는 선물이다. 시선을 달리해가며 바라보기에 충분하다. 거울이 바뀌니 비치는 모습도 달라진다. 익숙하던 피사체가 낯설다. 감정의 쓰나미가 여기저기서 강력한 폭풍을 몰고 온다. 시간은 복구 작업을 위해 다시 준비된다. 시간의 행운을 누리며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디테일을 언제 내려놓게 되었는지 모른다. 여행은 출발지와 도착지만 정한다. 매일매일의 일정은 그날의 몫이다. 인원이 늘어나면서 숙소는 미리 예약한다. 동일한 목적지를 내비게이션도 다르게 안내하기도 한다. 다름은 동선의 차이를 만든다. 주도적인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들이 일 년의 쳇바퀴 속에서 만들어내지 못할 이야기들을 일주일 만에 쌓아 올리게 한다.


하루에 서울 부산을 달리기가 일수다. 180명의 일행 중 여행 기간 내내 스치듯이라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더 반갑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만남을 축하한다. 혼자인 듯 달리기도 하고, 옆에서 들려오는 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우연한 만남을 즐기기도 한다.  


시작의 순간


첫 여행이란다. 설렘은 두려움과 기대의 교차로다. 터프한 일정을 마치고 그녀는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호주는 그녀의 삶의 터전이다. 간혹 인스타그램 속 소식에 그날들을 떠올리게 된다. 질문이 참 많다. 멋진 미소로 피로를 녹여내던 그는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여행 인생을 연다. 특별한 도전 소식을 전하자, 또 한 번 달려보자고 한다.


지금 일상처럼 옆에 있지만, 처음이 있었다. 첫 순간을 공유할 수 있음은 행운이다.


STORY CLOUD


다르기에 다른 이야기들이 담신다. 이유는 다르지만 또다시 떠난다. 다른 조합은 다른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들의 SNS를 들여다보며 다음 여행을 떠올린다. 코스는 상상할 수 있지만, 쌓여갈 이야기는 상상이 되질 않는다. 계획되지 않는 미래여서 좋다. 그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이 정해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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