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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Dec 06. 2021

여행은 여행을 잉태한다

그랜드 서클 맛보기 (ft. 옐로우스톤)

용이 살던 어둡던 세상의 어둠이 걷힌다. 서부 해안에서 시작된 빛의 파고는 록키 산맥을 향한다. 지난 여행 때의 모뉴멘트 일출 직관을 위한 24시간 강행군은 척후병이다. 빛의 계곡 앤톨로프 캐년과 만들어진 원리를 알고도 신비롭기만 한 아치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옐로우스톤 추억 공유는 미국 지도의 1/3을 펼쳐 놓게 한다.  


프롤로그


최소 5000Km임을 발표하자, 쉽게 감을 잡지 못하는 눈치다. 동선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은 대도시간에도 중형 비행기를 운행하는 미국 국내선의 특성으로 결실을 맺지 못한다. 180석 확보는 전세기 수준이다. 직항 편이 운행되는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만이 선택지에 남는다. 입국과 출국 도시를 달리하면서 동선은 600Km 정도 줄어든다. 


전자 여권이 아니면 ESTA 발급이 안된다. 1/180이지만 당사자에게는 100%다. 급행으로 발급받은 여권으로 여행사 직원은 공항에서 ESTA를 신청한다. 미국 입국 수속 시 어린이들과 동행하라는 지침의 효과인지 특별 입국 심사라는 고통스러운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


7인승 미니밴 26대를 예약하고 새벽에 국제 전화를 받아 든다. 영어 회화를 할 때는 술기운과 졸음이 유사한 효과를 발휘한다. 잘 준비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며칠 먼저 출국한다. 현장에서 매니저에게 180명을 위한 특별 셔틀 운행과 빠른 수속을 요청하자 미국식 답변이 돌아온다. 확답은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단다.  


LA LA Land Tour


반나절뿐이다. 타이트한 일정은 출국 전부터 감기 몸살로 시름하던 이를 일으켜 세운다. 금요일이라 조금은 일찍 풀린 정체가 고맙다.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이 로스앤젤레스 야경을 배경으로 춤을 추던 그린피스 천문대를 향한다. 언덕길을 내려와 강풍이 몰아치는 할리우드 거리를 산책한다. 여행을 마치고 들려오는 26대의 다양한 선택지와 부지런함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Grand Canyon 노을


10시간 드라이브다. 로스앤젤레스의 테마 파트를 놓칠 수 없기에 낮 출발을 선택하기도 하고, 라스베이거스로 달려가기도 한다. 자연이 테마인 일당들과 그랜드캐년의 노을을 꿈꾸며 여명 속에 디즈니랜드 인근 숙소를 출발한다. 시내를 벗어나 wild wild west로 진입한다. 황무지에 자리한 바로 그 서브웨이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는다. 작품을 위해 디테일까지 준비해온 미술 강사는 리얼 그랜드캐년을 담아낸다. 노을이 계곡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PAGE를 향한다. 


Antelope Canyon, Glen Canyon, Horseshoe Bend


PAGE는 사진작가들의 핫 스폿 앤톨로프 캐년과, 미국에서 손꼽히는 절경을 뽐내는 Lake Powell, 홀슈 밴드 중심에 자리한다. 가장 아름다운 빛을 만날 수 있다는 11시 반으로 예약된 앤톨로프 캐년에서의 좌충우돌 투어 후 사소한 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다리다 만난 한국인 부부는 여행사 직원이냐며 말을 건네 온다. 옐로우스톤을 거쳐 이곳 PAGE에 도착했다며 옐로우스톤 소식을 전해준다. 그랜 캐년 댐 박물관을 다녀온 일행들과 300m 절벽에서의 인생 샷을 선물해주는 홀슈 밴드를 마지막으로 PAGE를 벗어난다.


Monument Valley


모뉴멘트 벨리를 향하던 중 갓길에 주차한 일행을 만난다. 타이어 펑크를 지나가던 차들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잠시 쉬는 중이란다. 서두르면 노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에 부지런히 달려간다. 해지기까지의 여유를 틈타 오프로드로 진입한다. SUV로 변경하며 지불한 250달러는 인디언과의 흥정 회피로 상쇄된다. 원색이 촌스럽지 않은 곳은 스키장 만이 아니다. 붉은 대지위의 저녁노을은 서부의 작은 마을 브랜딩에 도착하며 짙은 어둠으로 바뀐다.


Delicate Arch


지난 아침 여유로움은 새벽 기상을 가능하게 한다. 아치스 국립공원 Visitor Center에서 간단한 브리핑을 듣고 출발한다. 델리케이트 아치는 멀리서 보아서는 안된다. 뜨거운 사암을 걷는 트래킹을 시작한다. 사진은 결코 진실을 담을 수 없다. 발길을 돌릴 수 없다. 의도치 않아도 얼마든지 의도하고 만든 이상이 창조될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YellowStone을 향하는 길


정오 경 옐로우스톤을 향한 무한 질주가 시작된다.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또 달린다. 솔트레이크에서 장을 보고 저녁을 해결하고 또 달린다. 늦은 밤 옐로우스톤으로 향하는 국도는 무단 횡단을 일삼는 대형 SUV만 한 사슴들과의 조우가 빈번한 길이다. 로드 킬 없이 무사히 11시경 약속이나 한 듯 밀물처럼 웨스트 옐로우스톤 숙소에 도착한다. 


YellowStone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운명 속으로 들어간다. 칸트처럼 규칙적으로 지하수를 뿜어내는 Old Faithful까지만 허락된다. 겨울 내 쌓인 눈은 5월 초에도 공원 남쪽의 YellowStone Lake를 중심으로 펼쳐진 또 다른 세계를 봉인한다. 


웨스트 게이트에서 시작되는 계곡과 나란히 달리는 길은 한적한 숲 속 풍경을 담아낸다. Madison에 가까워지면서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Old Faithful 사이에 펼쳐지는 수많은 Basin, Geyser 등은 시공을 초월하게 한다. Norris의 드 넓은 바이슨은 차분함을 선서한다.


Canyon Village를 넘어서면 옐로우스톤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는 거대한 협곡과 폭포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랜드 캐년에서 아득히 멀게 보이던 콜로라도 강에 대한 동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기저기 쓰러진 나무들은 연이어 두 번의 거대한 폭포를 만나고 있다.


북쪽 게이트 근처에 자리한 Mammoth Hot Spring의 거대한 Cascade를 벗어나 동쪽으로 향하면 동물들의 천국이다. 길은 Bison과 엘크와 공유하는 공간이다. 곰 가족과의 만남은 덕을 쌓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행운이다. 길가에 자리한 데크에서의 피크닉 점심은 긴 여행의 쉼표다.


Lake Tahoe BBQ


옐로우스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12시간이다. 그래서 숙소는 솔트레이크 시티다. 새벽 4시 출발을 계획하고, 새벽 4시에 기상을 한다. 80Km의 찐 직진 도로를 따라 Bonneville Salt Flats에 진입한다. 거리감을 상실케 하는 얕은 소금 호수는 특별한 사진을 위한 영감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지루한 6시간의 드라이브는 옐로우스톤 방문 자격 심사 대다. 


네바다 제2의 도박 도시 리노를 지나 시에나 네바다 산맥을 오르면, 얼마 전까지 운영하던 스키장으로 둘러 쌓인 빙하호 Lake Tahoe가 나타난다. 180명은 여행의 여신의 도움으로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타호의 초여름 날씨를 만끽한다. 고기와 가벼운 알코올로 기운을 되찾은 이들에게 Sand Habor는 여름 휴양지가 되어준다. 


Napa Valley와 San Francisco


금요일은 미국인들에게는 휴가의 시작이다. 오후 일찍부터 시작되는 퇴근을 피해 오전에는 중세의 성을 모티브로 한 와이너리 Castello di Amorosa로 향한다. 와인 시음을 포함한 투어는 기분 좋은 술기운을 선사한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의 가벼운 점심 후, 퇴근 시간 이후의 한적한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구석구석을 떠돈다. 마지막은 금문교 북단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 야경이다. 여행의 처음과 끝은 강풍이다.


에필로그


타호에서 내려오는 길은 5대 이상에게 펑크를 선사한다. 그중 한대는 스페어타이어가 없었다. 다행히 뒤 따르던 차에 옮겨 탄 대부분의 일행들은 무사히 숙소에 도착한다. 운전자와 통역은 외딴곳에서의 일박을 보내야만 했다. 시내 식당에서의 만찬이 소매치기를 만나면서 여권 재 발급 전쟁으로 이어진다. 다행히 영사관 직원 등의 도움으로 무사히 귀국 편 비행기에 오르기도 한다.


180명이 만들어낸 5000Km가 넘는 여정에 스토리가 적을 수 없다.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제대로 진행되는 일이 없어 보이던 여행, 그렇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살아가는 이야기가 녹아있다. 또 떠나겠냐는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다. 그리고 다시 또 가방을 챙기며 설렘을 즐겨본다


일정 정리


1일 차 :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숙박)

2일 차 : 로스앤젤레스 테마 파크 / 라스베이거스 / 그랜드 캐년 중 선택 (PAGE 숙박)

3일 차 : 앤톨로프 캐년, 그랜 캐년, 홀슈 밴드, 모뉴멘트 벨리 (Blanding 숙박)

4일 차 : 아치스 국립공원 (West Yellowstone 숙박)

5일 차 : 옐로우스톤 (West Yellowstone 숙박)

6일 차 : 옐로우스톤 (West Yellowstone 숙박)

7일 차 : 옐로우스톤 (Salt Lake City 숙박)

8일 차 : 보나 빌 솔트 플레이트, 레이크 타호 (Vallejo 숙박)

9일 차 : 나파밸리, 샌프란시스코 (Vallejo 숙박)

10일 차 :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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