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 많으면 여행은 더 큰 배움을 낳는다
벌써 3번째 미국 서부를 동행한 이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 배가 산으로 갈 조짐이다. 취사선택의 중요성을 배운다. 과거를 잊으면 미래는 없다.
접수된 의견은
1. 한 숙소에서 1박 이상. 매일 밤 짐을 풀고, 새벽이면 짐을 다시 챙기는 고난의 행군의 상흔이다.
2. 인디언 성지 모뉴먼트 밸리의 황홀한 일출
3. 브라이스 캐년의 자연이 조각한 붉은 탑을 배경으로 한 저녁노을
4. 랜트카 10대의 동기화
등이다. 모두 담으니 특별해진다. 여행은 예측 불허가되고, 추억은 한가득 쌓여간다.
샌프란시스코 전세 버스 투어
인생 첫 해외 출장지이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도착 후 숙소인 실리콘 밸리를 향하면서 여름 바닷가를 방불케 하는 햇살에 현실과 꿈의 세계를 넘나 든다. 한나절의 미국 운전을 맛본 후에 입성한 샌프란시스코는 가파른 언덕, 좁은 시내 도로, 일방통행 지옥과 일단정지의 카오스다.
40명이 BART를 이용할 때의 혼란과 시간 낭비를 겪어낸다. 이번에는 80명이다. 정오 경 도착하는 싱가포르 항공 스케줄이다. 랜트카 픽업 시간을 절약하고 낮 시간을 여행에 할애하기로 한다. 샌프란시스코 한인 여행사를 검색한다. 엄청난 양의 짐을 감당할 수 있는 버스 두대와 가이드를 멋진 가격에 제시받는다. 공항 픽업에 샌프란시스코 시내 관광을 연결한 맞춤 패키지다.
출국 한 달 전, 정식 계약서를 메일로 받아 들고 눈을 의심한다. 2배가 넘는 가격이다. 연락을 하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히도 톡으로 주고받은 내용이 저장되어 있다. 캡처해서 보내자 우는 목소리로 조금만 더 챙겨달라고 하소연한다. 미국 파견 군무 당시 중고차를 사면서 만난 한국 교포들이 떠오른다. 약 30% 정도를 올려주면서 합의를 한다. 안전이 최고다.
파견 근무 시절, 한가한 주말이면 찾던 샌프란시스코가 쉽게 허락하지 않던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랜드마크 Golden Gate Bridge, 숀 코넬리가 떠오르는 Palace of Fine Arts, Alcatraz를 마주한 Fisherman.s wharf, 전망대가 되어주는 Twins Peaks 등으로 이어진다. 미국 여행 때면 피할 수 없는 40여 시간 하루는 해질 무렵 산호세 공항 근처 숙소에서 마무리되려 한다. 체크인과 간단한 저녁 식사 그리고 운전 팁을 확인하는 짧은 미팅을 마치고 제대로 된 잠자리에 몸을 뉘인다.
standford와 Santa Cruz 그리고 Pebble Beach
2014년 당시, 8명을 위한 좌석을 제공하는 미니밴은 도요타 시에나뿐이다. Toyota Sienna의 리콜이 가져온 나비효과로 직원과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시간은 흐른다. 10 대중 3대가 예약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량당 60달러의 유류비 지원을 받아내지만, 출발은 늦어진다. 랜트카 픽업이 일정에 포함되는 날의 리스크다. 계획에도 여백의 미가 중요하다.
스탠퍼드 대학 내 로뎅 박물관에서 생각하는 사람 이외의 포토존을 찾지 못한 아이들은 명문대 잔디밭에서 수건 돌리기로 미국을 즐긴다. 결과는 의도를 수시로 외면한다. 쇼핑몰의 명성에 이끌려 길을 잃고 서로를 찾으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17번 도로를 따라 도착한 산타크루즈 해변 곳곳에서 점심 식사 중인 일행들을 발견한다. 패블 비치 골프장은 모녀간의 잡기 놀이장이 된다.
배움의 시간이 이어진다, 10대가 시간을 맞추려면 버려지는 시간이 많음을 경험한다. 6시가 되어서야 17 마일즈 주차장에 모인 일행들은 1번 국도를 체념한다. 101 고속도로 무한 질주다. 과속이 겹쳐지면서 경찰과의 만남의 시간도 가진다. 8시경으로 계획한 디즈니랜드 인근 숙소 체크인 시간이 새벽 2시가 된다. 피로는 깨달음을 정리할 여유를 내일로 미룬다.
Anaheim을 중심으로 한 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 남쪽 Anaheim에 세워진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랜드는 도시의 확장으로 고속도로 정체 구간에 편입된다. 고속도로 시내 구간을 뚫고 한 시간여 북쪽으로 달리면 라라 랜드 투어의 한축인 Griffith Observatory, 스타의 거리 Hollywood, 최고의 테마 파크 Universal Studios, 부자 동네 Beverly Hills, 버클리와 함께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UCLA, 부자가 베푼 The Getty (박물관), 태평양과의 만남의 장소 Santa Monica Pier다. Anaheim과 맞닿은 Buean Park에서는 롤러코스터가 테마인 Knott's Berry Farm과 한인 마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 여정의 로스앤젤레스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자리한다. 테마 파크의 인파는 익스프레스 티켓으로 극복할 수 있다. 405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한 정체는 여행객의 소중한 시간을 끝없는 식욕으로 삼킨다. 주말이면 괴물도 쉬어간다. 테마 파크, 미술 애호가, 명문대 투어, 영화 테마 등등으로 나뉘어 아침부터 부지런히 길을 나선다. 짐을 숙소에 내려놓아 몸도 마음도 평화롭다. 밤이면 맥주에 안주를 한 아름 품고 서로의 방문을 두드린다.
라스베이거스와 대자연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는 4시간여 거리다. 안전을 위해 낮 3시경에는 출발하기를 권하지만 로스앤젤레스는 허락하지 않는다. 엑스칼리버 호텔에 속속 도착한다. 잠시 체크인 소동을 겪고 화려한 도시의 야경 속으로 삼삼오오 빨려 들어간다. 밤이 깊어가면서 초대형 맥주 창고에서 색다른 맛을 챙긴다.
라스베이거스를 베이스캠프로 하고 모뉴먼트 밸리의 일출을 감상하려는 계획을 머리를 맞대고 세운다. 원하는 분들만 밤 12시에 라스베이거스 출발이다. 분위기가 급격히 쏠리면서 2/3가 동참하게 된다. 출발할 때 주유로 지체된 일정은, 화장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욱 지체된다. 잠시 핸들을 맡기고 졸다 눈을 떠 보니 Zion Canyon의 절벽 사이를 통과 중이다. 꿈나라에 있는 동행들은 아찔함을 패스한다. 3대의 차량은 그나마 일출을 살짝 놓친다. 대부분은 3/4 지점인 Page를 지날 때 떠오르는 해를 맞이한다. 그랜 캐년 댐 위에서의 휴식 후 관성대로 달린다.
일출은 놓쳤지만, 인디언 성지인 이유를 확인한다. SUV를 할당받은 분의 배려로 모뉴먼트 밸리 오프로드 투어를 짧게나마 맛본다. 모뉴먼트 밸리의 산화철은 무전기와 핸드폰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7대의 선두와 후미 간의 통신은 두절된다. 선두를 형성한 3대의 차량은 그랜드캐년 노스 림의 전설을 따라 눈 덮인 공원으로 진입하다 생존에만 성공한다. 후미 차량들은 브라이스 캐년의 낙조로 직행한다. 지난밤 편안한 잠자리를 가진 일행들도 브라이스 캐년의 낙조 아래서 상봉한다. 높은 고도는 5월에도 초겨울 날씨를 방불케 한다. 트래킹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붉은 돌 탑들에 내려앉는 노을을 바라본다. 다시 5시간을 달려 라스베이거스. 도시만 깨어 있다.
날이 밝고 아이들은 호텔 수영장을 향한다. 아직 정신을 회복 못한 몇몇은 가벼운 호텔 투어 후,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를 바라보는 레스토랑의 맥주 한잔으로 향한다. 전날의 아찔한 무용담을 나누다 보면,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그리고 어느덧 옆자리를 채운다.
데스벨리를 지나 요세미티
아직 해가 뜨려면 두 시간 남은 새벽. 엑스칼리버 호텔 입구에는 사람과 짐이 가득하다. 차에 소코반 하듯 짐을 챙기고 데스벨리를 향한다. 최고 기온 기록을 가진 죽음의 계곡을 아침나절에 벗어나야 한다. Zabriski Point에 오르니 속속 도착하는 일행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출이 시작되면서 작은 언덕들은 2배속 영상처럼 장면을 전환한다.
모래사막 산책과 소금 사막 맛보기 후 데스벨리를 벗어난다. 평화로운 농장들이 이어진 길을 따라 요세미티 동쪽 관문을 향한다. 일정에 맞춰 길을 허락한 공원에 감사하게 된다. 아직 겨울의 흔적이 완연한 요세미티 언덕 마루에서는 때 늦은 눈싸움이 펼쳐진다. 논 녹은 맑은 계곡물은 지나온 죽음의 흔적을 씻어낸다. BBQ 장소를 최종 결정한다. 요세미티 벨리다.
어설프지만 성공적인 BBQ를 마치고 포근한 봄 햇살 속에 요세미티의 풍요로운 산내음 따라 산책을 나선다. 겨우내 쌓인 눈은 요세미티 폭포가 되어 쏟아진다. 길어지는 그림자 속에 모여든 이들과 여정 중 처음이지 마지막 단체 사진을 남긴다.
요세미티에서 샌프란시스코
10대의 차들이 차례대로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차량 한 대가 잠시 멈추더니 샌프란시스코까지의 시간을 묻는다. 아마 4시간이 좀 넘어 걸릴 거라고 답하자, 가깝다며 손을 흔들며 출발한다. 10시경 숙소에 승객들을 내려준 운전자들은 랜트카의 하루 사용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차량을 반납한다. 공항까지의 무료 셔틀을 운행하는 숙소다. 마지막 남은 체력까지 불태우기 위한 밤이 펼쳐진다.
마지막 날 아침,. 80명을 위해 셔틀은 충분하다던 숙소 담당자의 약속은 문서화되어 있지 않기에 법정에서 승소하기 쉽지 않다. 쉬고 있는 운전자에게 팁을 안겨주고서야 무사히 공항에 도착한다. 다행히 마지막 배움의 시간으로 기록된다.
일정 정리
1일 차 : 샌프란시스코 도착 및 전세 버스 시티 투어
2일 차 : 스탠퍼드 대학, 산타크루즈, 카멜 비치, 17 마일즈 (1번 국도는 시간 관계로 패스)
3일 차 : 디즈니랜드
4일 차 : 로스앤젤레스 시티 투어
5일 차 : 유니버설 스튜디오
15:00 로스앤젤레스 출발, 20:00 라스베이거스 도착
6일 차 : 모뉴멘트 벨리 일출, 그랜드캐년 노스 림, 브라이스 캐년 저녁노을
7일 차 : 라스베이거스 호텔
8일 차 : 데스벨리 일출, 요세미티 국립공원 BBQ
9일 차 : 샌프란시스코 출발
시도해 보지 않으면 배울 수 없기도 하다. 이어지는 여행을 위한 최고의 경험치 축적의 시간으로 기억된다. 물론 다음 여행은 또 다른 배움을 준비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