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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소영 Aug 03. 2021

뼈에서 찾은 낭만

척추뼈 시리즈 thoracic 


"달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학적인 상징과 비유로 많이 쓰인다. 감성적인 시간대인 밤에 달이 주로 보이기 때문일까. 해와 달리 보이는 그 모습이 변화하기 때문일까.(정확히는 빛을 받는 면적의 모습이 변화하기 때문일까). 하다못해 달의 무늬는 고르바초프 머리의 큰 점처럼 의미 부여가 되기도 하고, 이에 영감을 받은 동화마저 있으니(달에 토끼가 절구를 찧으며 살고 있다는 ssul). 달이 매력적인 존재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위 문단을 thoracic의 demifacet을 설명하기 위한 도입부로 쓰고 있었으나 결국 쓸 일이 없게 되었다.


내가 설명하고 싶었던 건 '반달'이라는 명칭이었다. 나는 뭐랄까. 몸 속에 있는 어느 일부에 '반달'이라는 작명이 붙는 게 다소 낭만적이라 생각했고, 달을 소재로 도입부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왜냐면 thoracic에는 '반달(demilune)'이라는 명칭을 가진 구조물이 없으니까. 그저 'demi facet'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정확히 반'달'은 없고 '반'만 있는 것이다.



demi-는 'half'나 'lesser'를 의미하고, facet은 '면'을 의미한다. facet은 뼈와 뼈가 닿는 연골 면적을 주로 말한다. demifacet 을 demilune facet 로 착각한 이유는 아마도 Serous demilune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 개념은 종목이 조금 다르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하는 것으로.!)



간략히 thoracic 은


개수 총 12개


어원은 그리스어 θώρακας 뭐 흉곽, 흉부 이런 뜻이고,


갈비뼈(rib)와 닿아있다. 갈비뼈는 12쌍으로 총 24개.


12쌍이니까 thoracic 하나 당 갈비뼈 한 쌍씩 붙어있다고 보면 됨.


(정확히 말하면 thoracic 위쪽에는 한 뼈 당 갈비뼈 두 쌍이 절반씩 붙어있다가

lumbar쪽으로 내려가면 개당 한 쌍씩 붙음.

이 게시물에서는 thoracic 위쪽만 다룰 예정.)




여기서 thoracic의 특징은 '갈비뼈에 붙어있다는 것'인데,


그래서 있는 구조물이 demifacet 과 transverse costal facet이다.


facet은 아까 말했듯 뼈와 뼈가 닿는 면적을 facet이라 주로 말하는데, 이 facet 은 갈비뼈와 닿아있는 facet이다.


우선 demifacet부터 보자




demifacet


demifacet 에 'demi- (=half, lesser)'는 왜 붙는 것일까? 뭔가 부족한 facet 이기 때문이겠지?


이 친구가 불완전한 이유는 thoracic 두 개가 붙어있을 때 완성되는 facet이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이해하려면 thoracic 두 개 이상이 필요하다.





준비했다.


2개의 thoracic 이다. (전반적으로 모델링 가공을 대충 했다.)


thoracic은 저런 식으로 맞물려 있다.


여기에 뼈가 서로 닿는 면적, 즉 facet은



아래 그림처럼 있다. 연두색들이 thoracic 특유의 facet들이다.


갈비와 닿는 facet이라 costal facet 이라고 불린다.







닿는 모습은 대충 이렇다. 노란 뼈가 갈비(rib) 이다.





위에서 보면 더 이해가 빠를 텐데





이렇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더 추가하면









이렇다.




그럼 구체적으로 facet의 이름들을 알아보자.







연두색과 짙은 군청색이 갈비뼈의 머리가 닿는 demifacet 이다.


군청색은 thoracic body 아랫부분에 있으니까 inferior costal facet이고,


연두색은 body 위쪽에 있으니 superior costal facet 이다.


이 둘은 갈비뼈의 머리 부분을 각자 반반씩 나누어지지하고 있으므로


위아래가 합쳐져야 완전한 형태를 갖는다. 그리하여 demi 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transverse costal facet


transverse costal facet 은 위에서 봐야 이해가 빠르다.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을 보면


갈비뼈에서 각이 진 부분(정확히는 갈비뼈가 튀어나온 부분 = tubercle of rib)과 닿아 있는데


저 부분이 transverse costal facet이다.



demifacet 처럼 위/아래로 나누어져 있지 않고,


transverse process에 있어서 transverse costal facet인 듯.



용어 정리하면


costal = 늑골의


tubercle = 솟은 부분, 결절, 혹




개념은 이러하다.


그리고 뼈를 보고 그린 그림은 이러하다.









thoracic 만의 facet을 강조하면









이렇다.



2d로 그리면서 고민인 점은


확실히 2d 이미지는 원근감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풍경화의 경우는 공기 원근법이나 시점을 강조해서 형태적으로 거리감을 줄 수 있는데,


이 뼈는 큰 뼈가 아니다 보니 풍경화에서 거리감 내는 방법을 쓰기가 좀. 이상하다.



그런데다가 해부학 이미지는 형태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명하게 모든 부분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위의 이미지에서 세 번째 그림(anterior view)을 예로 들어보자.


anterior view 에서도 뒤쪽에 위치한 spinous process가 어떻게 보이는지 설명을 해야 하는데


얘가 뒤에 있다고 흐릿하게 그려버리면,


anterior view에서는 spinous process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지 않겠는가)



따라서 흐릿하게 그리는 방법으로 거리감을 주는 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생고생하면서 위/아래/측면/뒷면을 그리는 것인데


3d 로 보는 것만큼 개념 전달이 잘 될지 의문이 든다.







잡설을 추가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예전부터 보면 연애를 안 하는 친구들은 전반적으로 혼자서도 잘 사는 친구들처럼 보였다. 쉽게 말해 혼자서도 완전체인 느낌이라, 혼자서도 충분히 잘 놀고, 외로움도 잘 느끼지 않아서 굳이 연인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연애를 촉구하는 가장 큰 감정은 외로움이나 결핍이라 생각했다. 그 사람 자체가 부족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 중에 공허함이나 외로움이나 결핍 같은 게 크게 있어야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달까.



나는 종종 연애 상담 요청을 받곤 했는데, 특히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법에 대해 문의해올 때는 다음과 같이 대답해 주곤 했다.



-


내 생각에 사람은 누구에게나 결핍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의 결핍을 잘 찾아서 그 부분을 채워주면 좋지 않을까. 가령 속물들만 너무 만나서 피곤한 사람에게는 진실한 마음을 보여준다거나, 사이코패스 같던 사람과 사귀어서 힘들었던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공감 능력을 많이 보여준다거나, 사랑이 많이 고파 보이는 사람에게는 다정함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식.


-



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감정적으로 독립적이지 못하여, 일종의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으로써 연애하려는 사람이 이상형은 아니었다. 어쩌면 연애 적합형 사람이 이상형이 아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의 결핍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사람에 대한 부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이 혼자서 완전하기가 쉬운 일일까. 사람에 환멸을 느끼는 순간이 올지라도 결국엔 의지할 곳은 사람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맞물림으로써 완성되는 것처럼 보이는 demifacet은 내게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면 매우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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