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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규 Dec 13. 2024

홑 단(單)에서 파생된 한자들

탄환, 전쟁, 짐승 등

대통령이 계엄(戒嚴)을 선포하고 무력에 기대 정치 활동을 금한 반작용으로, 이제는 국회와 시민들이 대통령을 탄핵(彈劾)하고자 들고 일어났다. 하루빨리 나라가 이 혼란을 극복하고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은 탄핵에 들어가는 彈의 소리 요소인 홑 단(單)의 자원에서 글을 시작하겠다.

單은 고대의 사냥 도구나 무기의 모습을 본뜬 상형자다.

왼쪽부터 單의 갑골문 1, 2, 금문 1, 2, 연계 문자, 진(晉)계 문자, 초계 문자, 진(秦)계 문자, 소전. 출처: 小學堂

《설문해자》에서는 소전의 모습을 따라 부르짖을 훤(吅)과 ⿻甲一라는 한자가 결합한 것으로 보았고, 뜻은 '크다'라고 했다. 그리고 ⿻甲一는 무슨 한자인지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갑골문을 보면 허신의 설명이 잘못임을 알 수 있다.

갑골문 1은 Y자 모양의 막대기에 곤봉을 단 것 같이 생겼고, 갑골문 2와 금문 1에는 田 모양이 더해졌다. 이 형태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냥 도구나 무기로 본다는 점은 일치한다.

사냥 도구의 모습이 있는 敢의 갑골문과 금문.

지난 시간에 살펴본 감히/구태여 감(敢)의 갑골문과 금문에도 위의 單과 유사한 사냥 도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갑골문 單의 2에 보이는 田 모양은 이런 사냥 도구에서 따온 것일 수도 있다.


전쟁의 역사는 사냥에서 시작한다. 짐승은 인류에게는 일용할 양식과 여러 가지 도구 재료이며, 또 인류를 위협하는 적이기도 했다. 그래서 인류는 무기와 전술을 만들어 인류를 둘러싼 짐승들과 맞서 싸웠다. 그 결과 짐승은 인류를 위협하지 못하게 되었고, 대신 무기와 전술을 갖춘 인류가 인류의 적이 되었다. 짐승과 싸우던 인류는 마침내 짐승 대신 같은 사람을 적으로 삼아 싸우니, 이것이 바로 전쟁이다.

한자는 아직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상대로 싸우던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무기를 본뜬 글자인 單은 곧 사냥을 뜻하는 사냥 수(狩)나 사냥의 대상인 가축 축(兽)의 첫 형태가 된다. 지금의 뜻인 '홑'은 가차한 것이다.


單은 때로는 나중에 파생되는 사냥이나 짐승, 또는 꺼릴 탄(憚)이나 싸울 전(戰) 등을 가차해 쓰이기도 했다.

單의 주 훈음은 '홑 단'이지만, '나라이름 선', '둘러쌀 선'이라는 또 다른 훈음이 있다. 單은 갑골문과 금문에서 어떤 종족의 이름으로 쓰였고, 그것이 '나라이름 선'으로 내려왔다. 선(單)나라는 주나라 초기에도 후기에도 있었는데, 후기 선나라는 스스로 주나라 왕실의 분가를 내세웠지만 초기 선나라는 아직 주나라가 중국의 지도자로 부상하기도 전인 주 문왕 시절부터 주나라 왕실을 보위한 공을 가보로 남겼기에 두 선나라는 뿌리가 다를 것이다.

옛 선나라가 서로 다른 두 나라였다는 증거는 현대에 발굴되어서야 나왔고, 전통적으로는 선나라는 후기 선나라의 주장대로 주나라의 후손으로 여겨졌다. 삼국지에 나오는 서서가 한때 쓴 가명이 바로 이 선씨를 쓴 선복(單福)이다.

주나라 초기 선(單)나라의 유물인 내반(逨盤). 주 문왕부터 선왕까지 열두 왕을 모신 선씨의 조상들을 기리고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또 '둘러쌀 선'이라는 훈음이 있는데, 이 훈음이 중국을 위협한 최초의 유목 민족, 흉노의 군주 칭호로도 쓰였다. 그냥 중국에서 그렇게 부른 정도가 아니라, 흉노의 유물에서도 자기 군주를 선우(單于)라고 한자로 쓴 사례가 남아 있다. 한국어로는 '나라이름 선'과 '둘러쌀 선'이 음이 같지만 현대 중국어로는 Shàn과 chán으로 소리가 다르다.


홑 단(單)은 가차된 것인데, 한자 중에서는 다만 단(但)이 의미가 통하는 동원어다. 但은 단지 …뿐임을 뜻하기에 홑과 뜻이 비슷하다. 원시중국티베트어에서 '홑, 하나, 모두, 오직'을 뜻하는 *(d/t)a(n/j)에서 單과 但이 나왔다.


單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單+口(입 구)=嘼(가축 축): 급수 외 한자  

單+展(펼 전)=囅(껄껄웃을 천): 천연(囅然: 크게 웃는 모양) 등. 급수 외 한자  

單+女(계집 녀)=嬋(고울 선): 선연(嬋姸: 몸매가 날씬하고 아름다움), 선연(嬋娟: 얼굴이 곱고 아름다움) 등. 어문회 준특급  

單+弓(활 궁)=彈(탄알 탄): 탄핵(彈劾), 폭탄(爆彈) 등. 어문회 4급  

單+心(마음 심)=憚(꺼릴 탄): 탄복(憚服), 기탄(忌憚) 등. 어문회 1급  

單+戈(창 과)=戰(싸움 전): 전쟁(戰爭), 반전(反戰) 등. 어문회 준6급  

單+日(날 일)=暺(밝을 탄): 인명용 한자  

單+歹(뼈앙상할 알)=殫(다할 탄): 탄망(殫亡: 다하여 없어짐), 탄정(殫精: 모든 정력을 기울임) 등. 어문회 특급  

單+疒(병들어기댈 녁)=癉(앓을 단): 단학(癉瘧: 심한 더위를 느끼는 학질), 담단(膽癉: 담열로 쓸개즙이 올라오는 증상) 등. 어문회 특급  

單+石(돌 석)=磾(검은물들이는돌 제): 김위제(金謂磾), 김희제(金希磾) 등. 급수 외 한자  

單+示(보일 시)=禪(선 선): 선문답(禪問答), 봉선(封禪) 등. 어문회 준3급  

單+竹(대 죽)=簞(소쿠리 단): 단사표음(簞食瓢飮), 누항단표(陋巷簞瓢) 등. 어문회 1급  

單+虫(벌레 훼)=蟬(매미 선): 선탈(蟬脫), 당랑규선(螳螂窺蟬) 등. 어문회 준특급  

單+邑(고을 읍)=鄲(한단 단): 한단(邯鄲), 한단지보(邯鄲之步) 등. 어문회 준특급  

單+門(문 문)=闡(밝힐 천): 천명(闡明), 발천(發闡) 등. 어문회 1급  

單+馬(말 마)=驒(연전총 탄): 어문회 특급  

單+魚(물고기 어)=鱓(드렁허리 선): 선어(鱓魚/鱔魚: 드렁허리), 백선(白鱓: 뱀장어) 등. 인명용 한자  

單+黽(맹꽁이 맹)=鼉(자라/악어 타): 타갑(鼉甲), 타고(鼉鼓) 등. 어문회 특급  

嘼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嘼+犬(개 견)=獸(짐승 수): 수의사(獸醫師), 금수(禽獸) 등. 어문회 준3급  

單에서 파생된 한자들.
왼쪽부터 彈의 갑골문 1, 2, 소전, 혹체. 출처: 小學堂

탄알 탄(彈)의 갑골문은 지금과는 달리 탄환을 쏘는 활인 탄궁의 모습을 본딴 상형문자였다. 소전에서 활 궁(弓)의 뜻과 單의 소리를 딴 형성자로 바뀐 것이다. 한편 《설문해자》에는 單 대신 알 환(丸)을 쓴 문자도 제시하는데, 이 한자는 탄궁으로 알을 쏜다는 뜻일 수도 있고 갑골문이 변형된 것일 수도 있겠다.

옛날에는 탄환을 탄궁이라는 전용 활로 쏘았지만, 지금은 탄궁 대신 훨씬 더 강력한 무기로 탄환을 쏘고 있다. 예전에는 잘 날아가는 화살이 탄환을 몰아내고 쏘는 무기의 대표가 되었고 지금도 화살의 형태는 미사일에 남아 있지만, 이제는 일단 같은 힘으로 쏘고 나면 위력이 더 흉악한 탄환이 화살보다 더 많이 쓰이고 있다.

彈은 탄환이 기본적인 뜻이고, 탄환을 쏘는 동작에서 나아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彈이라고 한다. 탄환을 쏘는 데에서 인신되어, 관원을 꾸짖는 탄핵, 규탄 등의 뜻도 지니게 되었다. 이 모든 뜻이 다 고전 한문에서 쓰이고 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왼쪽부터 戰의 진(晉)계 금문, 초계 문자 1, 2, 소전. 출처: 小學堂

싸움 전(戰)은 문자에 어울리게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처음 등장하며, 그 전에는 單이 戰의 뜻을 나타내는 데 쓰였다. 초계 문자에서는 單 대신에 嘼을 쓰고 있는데, 전쟁의 기원이 사냥임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옛날에는 戰의 소리가 單과 비슷했기 때문에 單을 소리로 썼지만, 현대에는 戰의 소리가 單과 멀어졌고 점령할 점(占)과 가까워졌기 때문에 중국의 간체자에서는 戰을 战으로 쓰고 있다.

쉬슬러는 戰의 기원을 두려워하다, 꺼리다는 뜻이 있는 꺼릴 탄(憚)에서 찾는다. 이러면 두 한자 모두 원시중국티베트어에서 떨다를 뜻하는 *dar ~ d(u/i)r에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된다. 이는 두려워 벌벌 떠는 것을 뜻하는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는 말에 戰이 들어가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왼쪽부터 鼉의 갑골문, 금문, 소전. 출처: 小學堂

악어 타(鼉)는 單의 파생자 중에서도 갑골문에서부터 나타나는, 單과 역사를 나란히 하는 한자다. 현대에는 악어를 악어 악(鰐, 鱷) 자를 써서 악어라고 부르지만, 갑골문에서 악어를 가리키는 한자는 바로 이 한자였다. 갑골문과 금문까지는 악어의 모양이 남아 있다가 소전에서 악어가 맹꽁이(!)로 변해서 지금의 글자가 되었고, 악어라는 이름도 타(鼉) 대신 악(鰐, 鱷)이라는 글자가 가져갔다.

악어의 이름이 타에서 악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악어를 뜻하는 새로운 외래어가 들어온 것일까, 아니면 중국에서 흔히 보이는 악어의 종류가 바뀐 것일까?

 이 연재물을 쓰면서 많이 참고하는 웹 사이트 〈한어다공능자고〉에서는 악어, 거북, 맹꽁이를 나타내는 한자가 서로 비슷하게 바뀌면서 구분하기 위해 소리를 나타내는 單을 더한 게 鼉라고 했다.

사람들이 악어를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강한 입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굳이 머리에다 單을 더한 것은 악어의 입이 바로 악어의 무기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고, 單이라는 무기로 악어의 머리를 제압한 모습을 나타난 것 같기도 하다.


고울 선(嬋)은 잘 쓰이지 않는 한자이지만 국어사전에 나오는데, 선연(嬋姸)과 선연(嬋娟)이라는 동음이의어만 있다. 짝을 이룬 한자도 고울 연(姸)과 예쁠 연(娟)으로 뜻이 비슷하다. 사전에서는 嬋姸은 몸매가 날씬한 것, 嬋娟은 얼굴이 고운 것이라고 달리 풀이하는데, 꼭 인터넷에 가끔씩 올라오는 얼굴 vs 몸매 대결을 보고 있는 것 같다. 姸과 娟의 차이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單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사냥이나 전쟁, 무기와 관련된 뜻을 지닌다.

嘼(가축 축)은 口(입 구)가 뜻을 나타내고 單이 소리를 나타내며, 單의 뜻을 따라 사냥 대상인 짐승을 뜻한다.

獸(짐승 수)는 犬(개 견)이 뜻을 나타내고 嘼이 소리를 나타내며, 嘼의 뜻을 따라 사냥 대상인 짐승을 뜻한다.

彈(탄알 탄)은 弓(활 궁)이 뜻을 나타내고 單이 소리를 나타내며, 單의 뜻을 따라 사냥이나 전쟁 때 쓰는 탄환이나 탄환을 쏘는 것, 더 나아가 사람을 꾸짖는 것을 뜻한다.

憚(꺼릴 탄)은 心(마음 심)이 뜻을 나타내고 單이 소리를 나타내며, 單의 뜻을 따라 사냥에 임해 사람이 떨며 두려워하는 것을 뜻한다.

戰(싸움 전)은 戈(창 과)가 뜻을 나타내고 單이 소리를 나타내며, 憚의 뜻을 따라 벌벌 떨며 나가는 전쟁을 뜻한다.

蟬(매미 선)은 虫(벌레 훼)가 뜻을 나타내고 單이 소리를 나타내며, 憚의 뜻을 따라 막을 떨어 우는 매미를 뜻한다.

殫(다할 탄)은 歹(앙상한뼈 알)이 뜻을 나타내고 單이 소리를 나타내며, 戰의 뜻을 따라 싸움에 전력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癉(앓을 단)은 疒(병들어기댈 녁)이 뜻을 나타내고 單이 소리를 나타내며, 殫의 뜻을 따라 기운이 다해서 앓는 것을 뜻한다.

鼉(악어 타)는 黽(맹꽁이 맹)이 뜻을 나타내고 單이 소리를 나타내며, 單의 뜻을 따라 위협적인 머리를 사냥 도구로 노려야 하는 생물인 악어를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單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單은 본디 사냥 도구를 본딴 상형자로 사냥이나 사냥의 대상인 짐승, 또는 전쟁을 뜻하며, 홑이라는 뜻으로 가차되었다.  

單에서 嘼(가축 축)·囅(껄껄웃을 천)·嬋(고울 선)·彈(탄알 탄)·憚(꺼릴 탄)·戰(싸움 전)·暺(밝을 탄)·殫(다할 탄)·癉(앓을 단)·磾(검은물들이는돌 제)·禪(선 선)·簞(소쿠리 단)·蟬(매미 선)·鄲(한단 단)·闡(밝힐 천)·驒(연전총 탄)·鱓(드렁허리 선)·鼉(자라/악어 타)가 파생되었고, 嘼에서 獸(짐승 수)가 파생되었다.  

單은 파생된 한자들에 사냥, 전쟁, 무기와 관련된 뜻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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