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의 중요 주제를 질문으로 생각해보다
《질문하는 신학》은 개신교 신학 중에서도 신앙적 주제를 논리적이고 체계적 방법론을 사용하여 서술하는 학문인 조직신학을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조직신학은 대충 말하면 개신교는 무엇을 믿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신학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책의 표지에는 작은 글씨로 “하나님과 세계, 그리스도와 인간, 성령과 공동체 의미를 새롭게 묻다”라고 써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독교에서 하나님(또는 하느님)으로 믿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에서 시작해서 개신교가 믿는 바가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질문으로 풀어갑니다.
글쓴이 김진혁은 연세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목회학 석사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2013년부터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철학·윤리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이 책 외에도 《순전한 그리스도인》 등의 책을 썼고, CBS에서 '김진혁 교수의 신학이야기'를 진행했으며 '잘잘법: 잘 믿고 잘 사는 법'에도 몇 번 출연했습니다.
책의 목차를 살펴봅시다.
머리말
이 책을 어떻게 사용할까?
I. 하나님과 세계
1부 신학의 정의와 자료
1장 신학의 정의: 신학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2장 신학의 자료: 신학을 공부할 때 꼭 책이 많이 필요한가?
3장 성서론: 성서, 하나님 말씀인가 인간이 쓴 책인가?
2부 신론
4장 삼위일체론: 어떻게 셋이 하나일 수 있을까?
5장 계시론: 하나님은 어떻게 인간에게 자기를 알려 주시는가?
6장 하나님의 속성: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7장 창조론: 우주는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8장 섭리론: 하나님의 섭리와 인간의 자유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
3부 하나님과 세계
9장 하나님의 뜻: 전쟁과 질병도 하나님의 뜻인가?
10장 신정론 I: 악과 고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11장 신정론 II: 선한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계에 왜 악이 있을까?
12장 신정론 III: 우리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도 괴로워하시는가?
II. 예수 그리스도와 인간
4부 그리스도론
13장 그리스도론: 1세기 인물인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14장 예수의 생애와 사역: 나사렛 예수는 누구이시며 어떻게 사셨는가?
15장 성육신과 부활: 그리스도인이 믿는 가장 큰 기적은 무엇인가?
16장 속죄론: 한 인간의 죽음이 어떻게 다른 인간들을 구원하나?
5부 인간론
17장 하나님의 형상: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18장 영혼과 몸: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나?
19장 욕망론: 하나님께서는 왜 탈 많은 욕망을 만드셨는가?
20장 죄론: 죄를 강조하는 그리스도교는 비관론인가?
21장 타락과 원죄: 왜 아담 때문에 우리까지 심판받아야 하는가?
6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인간
22장 칭의와 그리스도인의 삶: 믿음으로만 의로운 인간이 될 수 있는가?
23장 용서의 은혜: 인간과 세계를 온전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24장 종교예술: 예술가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가?
III. 성령과 공동체
7부 성령론과 교회론
25장 성령론 I: 오순절에 오신 성령 하나님은 누구신가?
26장 성령론 II: 성령께서는 교회와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가?
27장 성령의 은사: 성령 충만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
28장 교회론 I: 교회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29장 교회론 II: 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교회에 속해야 하는가?
8부 교회에서의 삶
30장 성례론: 말씀 중심의 개신교에서 성례가 여전히 중요한가?
31장 세례: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왜 세례를 받아야 하는가?
32장 성찬: 빵과 포도주를 먹는 게 그리스도인에게 꼭 필요한가?
33장 기도: 전능하고 전지한 존재에게 왜 기도를 해야 하는가?
9부 종말론
34장 종말론 I: 현재의 삶 너머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35장 종말론 II: 그리스도인은 종말을 왜 기다려야 하는가?
36장 안식일, 그리스도인에게도 여전히 중요한가?
후기(後記)
주(註)
서두에도 말씀드렸듯이 이 책은 성부 하나님, 성자 예수님, 성령 하나님이라는 세 기둥을 세우고 조직신학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 곧 개신교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들을 이 기둥에 맞춰 조직합니다. 그리고 이 순서는 사도신경의 순서와도 일치합니다. 사도신경에서는 성부 하나님, 성자 예수님, 성령 하나님과 교회를 어떻게 기독교에서 설명하고 믿는지를 고백하는데, 책도 이 사도신경의 구성을 그대로 따릅니다.
서문인 '이 책을 어떻게 사용할까?'에서는 이 책의 성격을 잘 요약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 장은 글쓴이가 생각하기에 교리를 이해하기 위해 적절한 질문들로 시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국 개신교의 구체적 상황에 충실하면서도 특정 종파나 신학에 치우치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신학자들의 견해를 균형 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질문에 딱 구체적으로 떨어지는 대답을 주기보다는 다양한 대답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때로는 그 다양한 대답들에서도 공통으로 보이는 특징을 간추려서 설명해 주면서 독자 나름대로 답을 찾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적용과 토론을 위한 질문 난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 책은 혼자 읽어도 좋지만 공동체에서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는 독서토론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을 예상 독자로 하는 책임에도 36장이나 되는 책의 분량은 꽤나 부담스럽기 때문에 혼자서 빠르게 읽기보다는 예를 들면 1장당 1주씩 36주에 걸쳐 천천히 함께 읽으며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로 함께 도와준다면 더 유익할 것 같습니다. III부 성령과 공동체라는 한 부를 할애해 가며 성령을 통해서 이루는 기독교 공동체, 곧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인 만큼 공동체 활동을 실천해 나가는 것은 책의 가르침에도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때로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몇몇 주제, 특히 신정론이나 고통의 문제에서는 딱 떨어지는 깔끔한 대답이 기독교 역사상 나온 적이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명확한 해답이 없는 것 때문에 신앙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책에도 1장의 적용과 토론을 위한 질문에서 “신학을 하면 왜 신앙이 없어지거나 교회에 대한 애정이 약해진다고들 하는 것일까?”가 나오는데 이렇게 신학을 하다가 오히려 신학의 한계에 부딪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답해봅니다.
그러나 고통의 문제에서는 때로는 딱 떨어지는 정답이 오히려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각자 겪고 있는 삶의 자리가 너무나 다양하고 그에게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모습도 그만큼 다양하기에 딱 떨어지는 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단 하나의 답만을 강요하고 다른 답들은 성경에 맞지 않다는 독단에 빠져 다른 사람의 신앙을 정죄하는 오류에 빠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기독교는 본래 공동체와 관계의 종교며, 개인적인 구원과 공동체적인 구원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종교입니다. 그러나 개신교는 역사적으로 점차 이 균형이 개인적인 구원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성경이 공동체의 책이며, 하나님은 속성과 특질보다는 관계로 설명해야 하고, 교회를 강조하는 등 공동체적 면모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서구 사회를 개인주의적 사회로 설명하고, 서구 사회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개인주의가 점차 강해지고 있는데, 그 개인주의와 깊은 연관이 있는 개신교의 현대 신학에서는 다시 공동체를 주목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위어드》에서는 이런 개인주의적 사회를 만든 것이 바로 개신교뿐만 아니라 의외로 강력한 위계질서에 따라 돌아가는 천주교도 포함한 서방 기독교라고 하는데 이것도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사도신경(새번역)은 '나는 성령을 믿으며,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후략)'라고 고백하며 성령 이후 바로 교회로 넘어갑니다. 성령과 교회가 이어서 나오는 것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성령이 오셔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교회를 세우는 일이므로 성령과 교회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다양하고 비체계적으로 성경에서 말하는 성령의 은사 역시 교회를 세우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성령 하면 오순절교회나 은사주의 교회에서 강조하는 방언이나 예언, 치유 등 초자연적인 일들을 먼저 떠올렸는데 성령이 교회를 세운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개신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인데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딱 한 가지만 꼽아야 한다면 바로 이 성령과 교회의 관계를 들겠습니다.
이 책은 개신교에서 중요한 주제들을 쉬운 말로 설명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쉬운 답보다는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잇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져 줍니다. 그렇기에 대중서이면서도 아주 친절한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책에서 답을 찾기보다는 신자가 하나님과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사고와 체험을 모두 써서 찾아야 하는 것이 개신교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은 이런 관계 그 자체가 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선택을 위한 최고의 질문》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좋은 질문은 섬기는 리더에게 꼭 필요하니까요. 하나님에게나 사람에게나 모두 낮은 마음으로 섬기는 자세에서 이 책의 질문들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