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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규 Sep 30. 2024

《위어드》(1)

서구의 번영은 서방교회가 집약적 친족 제도를 해체한 결과다

《위어드》 저자 조지프 헨릭 출판 21세기북스 발매 2022.10.19.


위어드(WEIRD). 고대 영어 wyrd(운명)에서 비롯한 단어로 '초자연적인', '기묘한'의 뜻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묘한' 단어에 맞춰 서구 문화를 정의한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입니다. 서구의(Western), 교육수준이 높은(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한(Rich), 민주적인(Democratic) 이 다섯 단어의 머리글자를 모으니 위어드가 나왔습니다. 글쓴이는 서구 문화가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 참으로 '기묘한' 문화며, 바로 이 기묘한 문화가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꾸어 놓았다는 흥미로운 통찰을 선보입니다. 이 책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와 같은 빅 히스토리를 다루는 책으로 분류됩니다.


글쓴이 조지프 헨릭은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로, 노트르담대학교에서 인류학 및 항공우주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UCLA에서 인류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에모리대학교의 인류학과 교수와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심리학·경제학 교수를 역임했고 2015년부터 하버드대학교에 부임했습니다. 문화와 유전자 간의 공진화와, 인류가 지구에서 가장 성공적인 종으로 발전한 이유를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머리말 

프롤로그_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문화적 진화의 힘 


Part 1_ 인간의 심리와 사회의 진화론

Chapter 1 WEIRD, 이상할 만큼 개인적이고 분석적인 사람들   

WEIRD의 이상하고 독특한 심리 │ 마시멜로 효과와 사회 규범의 상관관계 │ 주차 위반 딱지를 받은 유엔 외교관들 │ 도덕적 판단과 의도에 대한 집착 │ 분석적 사고 vs. 전체론적 사고


Chapter 2 문화적 진화와 새로운 종의 탄생   

학습하도록 진화하다 │ 진화하는 사회 │ 인간 심리와 제도의 공진화


Chapter 3 집단적 친족의 해체와 국가의 등장

거대한 공동체, 일리히타의 특별한 의례 │ 더 큰 공동체를 위한 필요조건 │ 전근대 국가를 형성하다 │ 다시 근대 국가를 향해


Chapter 4 종교의 토대 위에 세워진 문화와 심리의 공동체

초자연적 믿음이 발달하다 │ 신과 의례의 진화 │ 자유의지와 도덕적 보편주의가 바꿔놓은 것들 │ ‘신뢰성을 높이는 보여주기’의 의미 │ WEIRD 심리의 토대가 완성되다


Part 2_ WEIRD,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집단의 탄생

Chapter 5 교회, 유럽의 가족 제도를 개조하다  

전통적 가족이 해체 │ 카롤루스 왕조와 기묘한 장원제 │ 계속되는 사회적, 심리적 변화


Chapter 6 가족 제도의 변화가 가져온 심리적 변화 

친족 집중도가 보여주는 유럽인들의 심리 변화 │ 교회가 가져온 정치, 경제, 심리적 차이 │ 새로운 제도와 조직을 위한 심리가 싹트다


Chapter 7 농사 형태가 바꿔놓은 중국인들의 심리 

중세 교회에서 형성된 현대인의 심리 │ 중국인과 인도인의 심리적 차이 │ 경제적 번영을 위한 제도적 토대가 형성되다


Chapter 8 일부일처제의 심리학과 사회학  

일부일처제라는 독특한 제도 │ 일부다처제의 수학 문제 │ 결혼 제도가 남성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 │ 남성 호르몬이 가져온 심리적 변화 │ 일부일처제와 평등한 가족의 탄생


Part 3_ WEIRD, 새로운 심리와 제도를 형성하다

Chapter 9 친족에서 해방된 개인들, 상업 혁명을 이끌다  

시장 규범과 포지티브섬 세계관 │ 후이족이 없으면 시장도 없다 │ 상업 혁명과 도시 혁명 │ 시장 규범의 발전과 새로운 심리의 형성


Chapter 10 집단 간 경쟁과 자발적 결사체의 성장  

전쟁이 야기한 심리적 변화 │ 유럽 내 전쟁이 촉발한 도시의 성장 │ 집단 간 갈등이 문화적 진화의 추동력이 되다 │ 자발적 결사체의 등장 │ 경쟁의 힘을 동력으로 삼다


Chapter 11 시장의 사고방식이 형성되다  

노동이 미덕이 된 사회 │ WEIRD 인성의 기원 │ WEIRD 인성의 성립과 진화


Part 4_ WEIRD, 근대 세계의 문을 열다

Chapter 12 WEIRD가 만들어낸 법률, 과학 그리고 종교  

개인의 권리와 서구 법 제도의 발전 │ 대의정부와 민주주의 │ 가장 WEIRD한 종교, 프로테스탄티즘 │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역할


Chapter 13 유럽의 집단지능이 폭발하다  

집단지능의 확대를 위한 전제조건 │ 더 많은 창의성이 뿌리를 내리다 │ 근대 세계의 심리와 혁신 │ 맬서스의 덫에서 탈출하다


Chapter 14 총, 균, 쇠 그리고 다른 요인들  

경제적 불평등의 기원 │ 세계화 그 이후


책은 4부로 되어 있는데, 이 중 1부는 인류의 문화적·사회적 진화를 주로 다루고 2부부터 4부까지는 앞서 설명한 '위어드'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현재까지 이르는 역사를 살펴봅니다.


머리말에서는 문해율과 프로테스탄티즘(개신교)이라는 한 가지 예를 들어 한 종교가 어떻게 인류 문화를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더 나아가서 높아진 문해율이 얼굴 인식 능력을 낮추고 뇌들보가 굵어지는 등 인류의 뇌까지도 바꿔놓는다는 것까지 나아갑니다. 그러나 위어드라는 아주 기묘한 혁신이 나타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프로테스탄티즘은 원인이 아니고 오히려 혁신의 종국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 머리말에서는 책의 전체에서 반복되는 설명 구조를 보여줍니다. 다른 인류 집단과 구별되는 위어드 문화의 특징, 이 위어드 문화의 씨앗이 나타난 이유, 그리고 이 위어드 문화가 바꿔 나간 뇌와 문화의 공진화.


1부와 2-4부가 크게는 나뉘지만 위어드의 특징이 책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나오고, 때로는 중언부언하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1부의 문화와 뇌의 공진화를 설명하는 부분은 다른 부분에 비해 더 어렵고 위어드가 아닌 문화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진입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대부분 서구, 곧 위어드에 익숙하고 위어드가 어떤지 궁금해서 읽을 테니까요.


책을 쉽게 읽기 위해서는 오히려 1부의 1장만 읽어 위어드란 과연 무엇인지 감을 잡고 2부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1부의 나머지 장은 책의 기초를 다져주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는 없고, 4부까지 다 읽은 후에 다시 돌아와서 왜 위어드가 아닌 다른 문화가 인류 문화의 다수를 차지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읽으면 그나마 더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본문 내용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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