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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규 Sep 30. 2024

《위어드》(2)

서구의 번영은 서방교회가 집약적 친족 제도를 해체한 결과다


《위어드》 저자 조지프 헨릭 출판 21세기북스 발매 2022.10.19.


지난 글에서는 《위어드》 글쓴이 소개, 책의 목차, 머릿말과 책의 전반적인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책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부는 위어드와 비위어드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는 1장과 문화·사회·뇌의 공진화를 다루는 나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어드는 개인주의적이고, 개인적 관계가 없는 사람, 즉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타적이고(impersonal prosociality, 책의 번역은 '비개인적 친사회성'), 전체론적 사고보다는 분석적 사고를 하는 등으로 비위어드 사회와 구분됩니다. 여러 비위어드 사회에서는 친족이나 친구 같은 개인적인 관계 안에서만 이타적이고, 분석적 사고보다는 전체론적 사고를 합니다.


1부의 나머지 장에서는 이런 차이가 왜 나타나는지를 설명하는데, 결국은 위어드와는 전혀 다른 원리로 돌아가며 결혼과 친족 관계에 기반을 둔 공동체, “집약적 친족 공동체”가 가장 먼저 인류 문화를 지배했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복잡한 문화를 빠르게 익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화적 압력을 받았고, 가장 유력한 대책은 바로 선조의 유산을 신뢰하는 것이었습니다. 전근대 국가, 보편 종교는 집약적 친족 공동체와는 다르고 위어드와 더 유사한 특징이 있었지만, 전통적인 집약적 친족 공동체를 해체하지는 못했습니다.


2부는 위어드 문화의 기원을 가족 제도에서 찾습니다. 서방 교회에서 친족 간 결혼과 일부다처제, 성매매를 금지하고 핵가족을 장려하면서 집약적 친족 공동체가 해체되었고, 대부모 제도나 수도원 등을 통해 친족 외 공동체가 태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글쓴이는 이 제도를 “결혼 가족 강령”이라 이름했습니다.


현대 세계를 통계로 분석해 본 결과, 이 집약적 친족 공동체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친족 집중도 지수와 사촌 간 결혼 비율이 높을수록 위어드에서 나타나는 개인주의,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이타성, 보편적 도덕성, 분석적 사고가 약해집니다. 그리고 이 효과는 서방 교회에 오래 노출될수록 강해집니다.


단 중국은 사촌 간 결혼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위어드하지 않은데, 결혼 가족 강령 중 친족 간 결혼만 금지된 사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국은 쌀농사의 대규모 노동력을 집약적 친족 공동체로 충당했기 때문에, 쌀농사 지역일수록 덜 위어드하기도 합니다.


3부는 위어드에서 나온 새로운 제도와 문화를 분석합니다. 위어드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타적인데, 경쟁심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경쟁심이 이런 이타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상업이 활성화되고 도시가 발전합니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모르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 협동심도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서구 사회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기 전까지 오랜 전란을 겪으면서 기존 사회 조직과 규범, 종교에 더 헌신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다른 문화였다면 집약적 친족 공동체가 강화되었겠지만 집약적 친족 공동체가 해체된 유럽에서는 위어드에 맞는 새로운 공동체가 생겨나고 발전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도시, 수도원, 길드, 대학 등 자발적인 결사체입니다.


개인주의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간 엄수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노동이 미덕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직업이 생기면서 이 직업에 맞는 개인의 성향과 일관성이 중시되었습니다. 현대 심리학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성격의 5요인 모형도 위어드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나아갑니다. 이렇게 현재의 위어드의 모습이 점차 갖춰집니다.


4부는 이렇게 만들어진 도시, 자발적 결사체, 개인주의, 분업 등이 기반이 되어 천부 인권, 민주주의, 프로테스탄티즘, 계몽주의가 발생하는 등 근대의 문이 열리고 현대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프로테스탄티즘은 위어드의 결과이지만, 위어드의 '부스터 샷'으로 작용해 위어드로 변화하는 속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위어드 문화는 초기에는 집약적 친족 공동체보다 불리했겠지만, 일단 완성된 이후에는 집단지능의 확대에서 우위에 섭니다. 그 결과 산업혁명이 위어드 문화인 영국에서 발생했고, 비위어드 문화를 압도하는 혁신과 경제적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위어드 문화의 진화와 유전적인 진화는 서로 대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어드 문화의 본거지인 도시는 대규모 전염병에 취약했고, 이를 해결한 현대에도 낮은 출산율 때문에 유전적으로는 '묘지'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미국과 아이슬란드에서 행해진 연구는 자연 선택을 통해 선천적으로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우세해졌음에도 문화적 진화 때문에 교육 기간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세계를 지배하게 된 위어드들이 자신들이 세계를 대표하는 듯이 위어드의 제도와 문화를 전 세계에 이식했고, 당연히 집약적 친족 제도를 운용하는 대부분의 세계가 이 때문에 혼란을 겪게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위어드가 아닌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하기에 앞서 먼저 그들의 심리와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심리는 유전적·문화적으로 끊임없이 바뀔 것이므로, 훗날에는 우리와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고 지각하고 도덕적으로 판단할 후손들이 우리를 이해하고자 애쓸 것이라는 말로 책을 마칩니다.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다음 글에서는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나누고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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