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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누나 Sep 03. 2021

[2017.12.2] 머리 밀기

정욱이는 머리를 미리 밀었다. 항암을 하면서 머리가 빠지면 모낭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서 미리 밀었다. 병원 지하 이발소 아저씨가 올라와서 면도기로 밀어주는데 머리가 정말 무심하게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더라. 정욱이도 나랑 똑같이 머리숱이 엄청나서 바닥이 금세 시커매졌다. 엄마는 보시다가 정욱이 못 보는데 가서 우시고 나는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며


"두상이 너무 동그랗게 귀여운 거 아니냐"


며 웃었다. 동영상을 찍는 걸 알고 정욱이가 


"초상권을 지켜줘"


라고 했는데 나중에 다 나아서 보면 추억거리가 될 거라며 계속 찍었다. 다 밀고 병실로 돌아가 잠든 걸 보고 복도에 나와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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