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을 완료했다.
세브란스에서 분명 항암에 바로 들어가야 할 상황이라고 했는데 이원을 한 성모에서 항암이 지연되고 있다. 병원마다 시스템이 달라서 그런지 혈액암 항암은 혈액내과만의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 감염내과에서도 오더가 떨어져야 한대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중이다.
전 병원에서 바로 해야 한다는 항암은 안 하고 여기선 폐에 물이 찼다고 배액관을 꽂았다. 폐에 물이 찬 이유가 감염 때문인지 어떤 건지 얘기를 안 해준다. 정욱인 열이 계속 안 내리는데 양쪽 옆구리에 꽂은 관이 너무 아파서 다른 아픔이 잊힐 정도라고 한다. 열이 있으면 감염이라던데 병원에서 균을 찾지 못한 건지 무슨 균인지 모르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
의학적인 것 말고도 혼란스러운 상황은 병원이다. 정욱이는 대구에서부터 혼자 아팠던 기간이 길었다. 세브란스에선 6인실에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다리를 접질러 버리고 말았다. 다리를 다쳐 움직이는 게 불편하고, 또 쓰러질 수도 있으니 문을 열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당분간 1인실을 쓰고 싶다고 했더니 병원에서 일반 다인실로 옮기라고 한다. 1인실이 더 비싸니까 병실이 남을 거라고 짐작했건만, 전국의 백혈병 환자들은 전부 모인다는 성모여서인지 여기선 1인실이 부족한가 보다. 간호사들도 다르다. 세브란스 암병동에서 젊고 수수한 암전문 간호사분의 빠른 손의 처치와 환자 수치를 착착 다 외우는 기억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원할 때 받은 약에 대한 설명도 내가 평생 들어본 약 설명 중 최고일 정도로 잘해주셨다. 여기 간호사들은 내재된 전문성이야 낸들 알 수 없지만 화장이 짙다. 간호사들만 화장이 진한 게 아니다. 화려한 화장을 한 외국인 아줌마가 복도를 지나가는데 중동 특유의 오리엔탈 향에 코가 찡하다. 병실 이름표를 보니 22층 병동의 절반이 중동 사람들이다. 앞으로 여기서 치료받는 중에 정욱이나 우리 가족이 치료 외 상황에서 까지 신경을 곤두세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