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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누나 Feb 16. 2017

#01 비전이 만들어지던 순간

대학교 2학년 때, 인도에서 슬리핑 카를 타고 동서횡단을 했다. 그 기차는 벽이 세칸으로 나뉘어져서 낮에는 맨 아래 판대기만 내려 의자로 세명이 앉고, 밤에는 위에 판 두 개도 내려 한 벽면에 세명이 누워서 잘 수 있도록 만들어진 불편하지만 저렴한, 긴 거리를 이동해야하는 서민들의 교통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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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2일인가를 꼬박타는 여정이었다. 그 길이가 어느 정도였을까? 10여년 전 일이지만 그 높은 밀도의 좁은 칸 안에 익숙해지지 않던 인도의 꾸릿한 냄새가 아직도 아찔하다. 어떻게든 숨이라도 쉬자고 칸 밖에 난 문에 기대어 있었다. 거기엔 열 수 있는 창문이 있었다. 탄 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았을 때부터 그 문 앞이 내 자리인양 계속 거기에 서 있었다.


문에 기대어 반나절 쯤 지났을 때, 나는 기찻 길 옆을 따라 늘어선 판자집들을 볼 수 있었다. 2004년 당시 서울에서도 판자촌이라고 하는 곳들이 남아있었는데, 그 판자촌의 집들과는 달랐다. 처음엔 종이 상자들이 왜 저렇게 줄지어있지?했었을 정도로 정말 사람이 들어갈 만하게 판자로 형태를 만들어 놓은 것들이 줄지어 서있었기 때문이다. 아 저 종이상자집, 저게 판자집이구나! 


대도시인 서울엔 직장이라도 있었을테지만, 오로지 기찻길만 있고 주변은 아무 것는 황무지인데 저기 사는 사람들은 뭘하면서 어떻게 사는걸까?


기차에선 끼니 때에 맞춰서 도시락을 팔았다. 냄새도 잘 못 맡겠는데 입맛이라고 맞았겠는가, 창문 가 내 자리에 기대어 있었다. 밥을 다 먹었을 때 쯤일까, 어떤 청년이 도시락 몇개를 들고 오길래 나는 분리수거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 반대편 창문으로 도시락을 그냥 던졌다. 그리고 나서 다른 사람들도 와서 창 밖으로 던짐. 그게 그 기차의 음식물 쓰레기, 그리고 그 외 모든 쓰레기 처리방법이었다. 그냥 창밖으로 던지는 거. 


두번째 끼니를 먹고 또 아마도 가족들걸 모아서 창 밖으로 버리러 오는거 같은 청년에게 물어봤다. Why are you just throwing them out? 그 청년은 당연하다듯 '저기 사는 사람들이 먹을거다'라고 대답해주었다. No, that is trash, waste. 그렇지만 그건 쓰레기잖아. 내가 말했다. No, that is food. 아니, 그건 음식이야.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가 먹을 음식.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 인생을 바꿔준 찰나였다. 쓰레기가 주식인 사람들 - 

정기적으로 쓰레기를 던져주는 기차를 따라 사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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