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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누나 Sep 29. 2021

[2018.1.24] 나 아파요.

뇌 방사선의 영향인지 정욱이는 기억력이 감퇴하는 거 같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내일 다시 골수검사를 하러 또다시 입원한다. 결과에 따라 2월 초에 다시 항암에 들어가면 한 달은 있어야 하는데 항암 생각에 진저리가 나는지 벌써부터 힘들어한다. 치료가 다 끝난 후를 생각하면 하고 싶은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라 설레는데, 당장 며칠 후 병원에 들어가는 게 답답한가 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 이랬던가. 치료도, 사람도, 경치도, 일도, 무엇이든 멀리 봤을 때야 멋있고 괜찮지 가까이 다가오면 별로인 점이 더 많다.

 

시간을 잊어야 하는 거 같단다. 처음엔 달력을 보면서 이때쯤 낫겠지, 몇 장 넘기고 다시 이때쯤 낫겠지 하다가 중간과정을 생각하면 너무 힘드니까 그냥 시간을 잊어야겠다고 하더라. 죽을 만큼 아프니까 기도가 절로 나오는데 무슨 특별한 기도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예수님, 나 아파요"


이렇게만 기도한다고 한다.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가 아니라 그냥 "아프다" 그렇게만.

나라면 벌써 십자가를 때려 부수고 욕을 하며


"아이 씨팔, 나 아파 죽겠다! 왜 날 아프게 해!!! 내 목숨 내놔!!!"


울고불고했을 텐데 저 아이는 죽을 만큼의 아픔조차 속으로 삭이고 있다.


해외로 알아봤던 조혈모세포 공여자 여부는, 중국은 정욱이의 치료 속도에 비해 절차가 오래 걸리고,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이 터진 이후 조혈모 교류를 안 한다고 해서 대만을 알아봤는데 유전자가 일치하는 4명 중, 2명은 거절하고, 2명은 정밀검사에서 안 맞다고 나왔다. 결국, 반만 일치하는 부모님 중 한 분이 공여를 해주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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