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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누나 May 27. 2017

목욕탕 이야기

2017/5/26

목욕을 다 하고 나왔는데 일어난 일이다. 


2주 전 쯤인가? 내 윗칸 2동 아줌마가 때밀이 아줌마와 관리 할머니에게 청소 아주머니가 물을 자꾸 틀어놓고 청소를 한다고 얘기하는걸 들은 적이 있었다. 목욕을 못 간 그 후 며칠동안 사단이 났었나보다. 오늘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기 전 거울 기둥 뒤에서 친구들과 카톡을 하는데 2동 아줌마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보러 뚱땡이라고 했다며, 어디서 말을 돌리고 난리야. 

"아니, 늦게 오는 사람들 때문에 물을 다시 채웠던거 아니야"

"내가 나 좋자고 밸브 꺼놓으랬어? 내가 여기 한두번 와? 4년 5년동안 다녔는데, 새벽에 오는 사람이 몇 명있다고 청소한다며 왜 물을 넘치게 틀어놔. 그리고 니가 뭔대 나보러 뚱땡이래. 우리 가족들도 나한테 그렇게 안 말해."


뒤이어 작은 소리로 청소 아주머니가 변명을 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자기가 내는 변명이 우스웠는지 그냥 탕으로 들어간다. 1년 넘게 목욕탕을 다닌 나에게도 청소 시간에 물을 틀어놓는게 이상하게 보인 적이 있었는데, 별 신경 안 썼더랬다. 사실 가끔 물에서 냄새가 나고, 하수구 정리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 모습을 보더라도 아무말 안하고 있었다. 5년 정도 다닌 사람에겐 좀 더 주인의식이 생겼나보다. 


2주 전, 다소 퉁명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나, 2동 아줌마는 목욕탕의 개선을 위한 의견을 제기했을 뿐이다. 나처럼 문제를 발견해도 '계속 다녀야하니 별 소리 말자'하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텐데, 2동 아줌마의 행동은 그것이 불평불만을 두서없이 내는게 아니라, 용기있는 발언이었다. 퉁명스러웠던게 문제였는지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이 문제였는지 알 수 없다. 그녀의 행위는 좋은 의도를 가졌던건데 되려 자존심상하는 말과 안되는 변명을 말로 듣게 되었다. 작은 목욕탕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사회에서는 얼마나 비일비재한 일일까. 


주차장으로 나왔다. 내가 주차해놓은 소형차칸에 그랜저를 대놨다. 나는 나가기 편하게 후면주차를 하고, 그 신세계 VIP 실버 스티커를 단 차는 들어오자마자 쑥 밀어넣어 놓았더라. 소형차 자리에 중형차를 대놓았으니, 내 차의 문도 못열게 대놓아서 잘 살펴보니 사이드 미러가 긁혀있다. 연락처를 보려고 하니, 전화번호도 안 붙여놓은 차였다. 뭐 이런 년놈이 다 있나, 싶었는데 주차한 꼴을 보니 드러누어 내가 안 그랬다고 할거 같았다. 그래서 목욕탕에서처럼 나는 그냥 나와버렸다. 소형차 칸에 중형차를 넣는 주차 관리원은 내가 그런게 아니오 하고 있으니 씁쓸하게 짜증이 났다. 작은 주차장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사회에서는 얼마나 비일비재하게 이런 일들이 발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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