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책을 잇고, 나와 세계를 잇다

2025년 8월 10일

by 바쁜남자

어제는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 교수의 ‘인간 이하’를 읽었고, 오늘은 류시화 시인이 엮고 번역한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인간 이하’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나 중일 전쟁 중 일본인이 중국인을 학살한 난징대학살처럼 인류사의 참혹하고 비극적인 사건의 원인을 분석한 책이에요.


저자는 그 원인을 독일인이 유대인을, 일본인이 중국인을 같은 인간이 아닌 인간 이하의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같은 인간이 아니기에 나와 동등한 인권이나 대우, 존중은 있을 수 없고, 그저 제거의 대상이었다는 것이지요.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북미 대륙에서 살아온 인디언들의 삶과 문화가 담긴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집입니다. 유럽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에게 대항하고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려는 인디언들의 분노에 찬 저항정신과 간절함이 담긴 호소가 연설문 속에 담겨있죠.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미개하고 야만적인 이교도로 보았습니다. 유럽인들에게 인디언은 공생 관계가 아니라 굴복시키고 제거해야 하는 미천한 존속이었을 뿐입니다. 결국, 유럽인들 역시 인디언의 삶과 터전을 말살하려고 했던 이유는 그들은 같은 인간이 아닌 인간 이하로 취급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인간 이하’를 읽고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읽으니, 인디언들이 어떤 취급을 받았고, 유럽인들이 그들을 어떻게 바라봤을지 상상이 되었습니다. 진짜 인간 이하인 자들이 그릇된 편견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저지른 끔찍한 일인 것이죠.


‘인간 이하’만을 읽었을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 같은 인간끼리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 책에서는 학살당하고 차별당한 이들이 어떻게 저항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거든요.


하지만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보며, 비록 결과는 비극으로 막이 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터전과 가족과 미래의 후손들을 지키려 했던 인디언들의 용기와 저항의 목소리가 깊이 다가왔습니다.


‘인간 이하’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완전히 다른 책이죠. 제가 의도적으로 연달아 읽은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두 책 사이에 연결고리가 형성되었습니다. 그 점이 무척 흥미롭더라고요. 이런 게 바로 책 읽는 재미인가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인디언들은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데요.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책과 책도 연결되어 있고,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 교수와 류시화 시인도 연결되어 있고, 독일인과 일본인과 유럽인이 연결되어 있고, 유대인과 중국인과 인디언이 연결되어 있고,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그 모든 존재들이 오늘 저와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깨닫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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