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유효기간은 말하는 횟수에 달려 있다

2025년 9월 14일

by 바쁜남자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 중에 어떤 기억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좋았던 추억만 간직해요. 사랑한 시간만 늘 기억해요. 내 생의 가장 좋은 기억은 그대라는 사람인 걸 잊지는 말아요. 잊지는 말아요.”라는 SG워너비의 ‘좋은 기억’ 가사처럼 좋은 기억만 기억하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죠.


안 좋은 기억은 빨리 잊으라고 다들 쉽게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잊히지 않고 나를 괴롭힙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남이 겪은 안 좋은 기억 이야기를 듣다보니 왜 그런지 조금 짐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여러 사람을 만나며 그 안 좋은 기억을 계속 입 밖으로 내뱉으니까 오래 기억에 남는 거 아닐까요?


내가 어떤 억울한 일을 겪었을 때, 화가 나는 상황에 놓였을 때, 누군가와 크게 다투었을 때, 기본적으로 나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나요. 그러니 만나는 사람마다 속상한 마음을 하소연하기 마련이죠. 그러면서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받고, 이 세상에는 내 편이 있다는 걸 확인받습니다.


아까 저에게 안 좋은 기억을 이야기했던 그분도 그 이야기를 저한테만 했겠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겠어요. 그러면서 안 좋은 기억의 이야기는 점점 구체화되고, 생동감 있어지고, 심지어는 살짝 나에게 유리하게 포장도 되어가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반면, 좋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많이 하나요? 주변에 좋은 기억만 이야기하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면, 자기자랑만 늘어놓는 허세꾼이라고 보지 않나요? 그래도 우리가 나름 눈치가 있으니, 그런 허세꾼으로 몰리고 싶지는 않겠죠. 그러니 좋은 기억을 말하는 기회도 현저히 적을 겁니다. 그럼 점점 기억에서 흐릿해지겠죠.


결국, 어떤 기억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기억이 얼마나 자주 입에 오르느냐에 따라 기억의 유효기간이 결정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과는 의도적으로 좋은 기억을 자주 이야기해야겠죠. 소중했던 순간을 자주 꺼내어 함께 웃는 일이 많을수록 관계는 더 따뜻해지고 단단해질 거라 믿습니다. 어려운 거 알지만, 다시 한 번 SG워너비의 ‘좋은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보자고요.


“좋았던 추억만 간직해요. 사랑한 시간만 늘 기억해요. 내 생의 가장 좋은 기억은 그대라는 사람인 걸 잊지는 말아요. 잊지는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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