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

2025년 9월 15일

by 바쁜남자

아침 출근길에 운전을 하는데, 저 멀리 차도에 대여섯 마리 까마귀들이 몰려 있는 거예요. 동물 사체를 뜯어 먹는 까마귀들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죠. 차가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데도 까마귀들이 날아갈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자동차 경적을 “빵!” 울리고 나서야 까마귀들은 날아갔고, 간신히 사체를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대략 6~7초 안에 벌어진 일인데, 문득 엉뚱하게도 델리스파이스의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이라는 노래가 떠올랐어요. 이 노래를 아시는 분이 계실까요? 아마 거의 모를 실거예요. 우울함을 넘어 상당히 음침한 노래에요.


델리스파이스의 대표곡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 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항상 엔진을 켜둘께’, ‘고백’만 아시던 분들이 들으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더 놀라실 거고요. 궁금하시면 한번 찾아보고 들어보세요. 이 노래의 1절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길을 걷던 한 소년은 물었지
엄마 저건 꼭 토끼같아 라고
심드렁한 엄마는 대답했지
얘야 저건 썩은 고양이 시체일 뿐이란다
오 뒤틀린 발목 너덜너덜해진 날개를 푸드덕거려도 보지만
날 수 없는 작은 새 한 마리를 누가 쳐다나 보겠어


‘썩은 고양이 시체’, ‘뒤틀린 발목’이라는 말이 가사에 나오다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죠? 2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길을 걷던 한 소년’에서 ‘길을 떠나던 한 소녀’로 바뀌고, ‘심드렁한 엄마’에서 ‘무표정한 아빠’로 바뀔 뿐, 다른 가사는 동일합니다.


노래 속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죠. 제가 아침에 까마귀에 둘러싸인 그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한 소년이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나이는 알 수 없지만, 한참 어린 꼬맹이라고 생각해보죠. 그 나이대는 삶과 죽음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저 멀리 바닥에 철푸덕 놓여 있는 그 무엇이 마치 귀여운 토끼처럼 보였을 겁니다. 그 사실을 엄마한테 이야기한 거죠. “엄마, 저건 꼭 토끼 같아.”


그런데 심드렁한 엄마는 벌써 알고 있죠. 자세히 볼 것도 없습니다. 지난 밤, 로드킬 당한 고양이 사체라고 확신을 갖고 있죠. 아이가 보고 놀라지 않게 아이 눈높이로 이야기해주면 좋았을 텐데, 엄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하네요. “얘야, 저건 썩은 고양이 시체일 뿐이란다.”


그런데 사실을 둘 다 틀렸죠. 아이는 토끼라고 봤지만, 토끼가 아니었고요. 엄마는 썩은 고양이 시체라고 봤지만, 썩은 고양이 시체도 아니었습니다. 어떤 사고로 인해 발목이 뒤틀리고, 날개가 너덜너덜해져 날 수 없지만, 아직은 살아 숨 쉬고 있는 작은 새 한 마리였던 겁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푸드덕거려도 보지만,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죠.


아이는 그렇다 치고, 엄마라도 그 새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했더라면, 그 새를 가까운 동물 병원에 데려다줬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어림짐작한 탓에 그 작은 새 한 마리는 동네 고양이의 밥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세드 앤딩으로 곡은 마무리 됩니다.


델리스파이스의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은 단순히 음산하고 음침한 이야기만을 담고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살면서 작은 일에 수도 없이 외면하고, 쉽게 오해를 합니다. 그러다 소중한 생명을 허무하게 잃었을지 모르죠. 잠시 멈춰 주변을 살피고, 현실을 직시한다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어디까지나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을 들으며 제 마음대로 떠올린 생각입니다. 창작자의 본래 의도는 저도 잘 몰라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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