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해야 한다는 마음
34살, 뒤늦은 나이에 독립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불현듯 떠올랐다. 독립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아니었고, 독립을 해볼까 하는 마음도 아니었다. 독립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금전적으로 독립.
공간적으로 독립.
정신적으로 독립.
내가 이루어야 할 3가지 독립이었다. 누군가에는 성인이 되어 대학을 가고 직장을 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독립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것이 효도이며, 매일 푸짐하고 뜨끈한 집 밥을 먹는 것이 크나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나아가 그래야만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돈을 모을 수 있고, 그 돈으로 지금 혹은 훗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을 위한 것 같지만, 지극히 나를 위한 이기심이었다.
그랬던 내 마음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내가 비록 나이만 먹었지, 온전한 성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나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은 날 그렇게 보지 않으셨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기로에 놓였던 그 순간, 부모님은 내 선택을 신뢰하지 않으셨다. 부모의 눈에는 난 아직 어리고 미숙하며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부는 어린 아이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내 뜻을 굽히지 않고, 부모님을 설득을 하거나 부모님 뜻에 반해도 내 갈 길을 갔어야 했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내가 정말 아이구나.’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 모습은 그저 허구였다. 나에게는 주인공들이 가진 용기도 없었고 배짱도 없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도 현실세계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난 그저 부모님 뜻대로 살아야 하는 덩치만 큰 아이였다.
부모님 눈에 비친 내 진짜 모습을 마주하고 나니, 독립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독립을 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내 모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단순히 부모가 미워서 가출하듯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내가 아직 아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독립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그렇지만 끝내 독립을 이루어냈고, 지금 난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방안에서 홀로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독립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로 3년 정도 지난 시점이다. 불편한 마음으로 집을 나와 불편한 하루하루 지내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그토록 흘렀다.
이제 부모님과 나 사이에 다툼은 없다. 독립하여 혼자 지내는 삶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험난했던 지난날을 한걸음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동시에 그 시간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써 내려갈 내 글은 지난날의 반성이자, 앞으로의 다짐이다. 나처럼 아직 독립하지 못한 이 세상 자녀들을 향한 권유이자, 아직도 자녀를 독립시키지 못한 이 세상 부모들을 향한 충고다.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했던 투쟁기이자, 독립을 이루어낸 내 하루하루의 일기다.
※ 앞으로 올라오는 글이 내 과거의 시간순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