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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쁜남자 Dec 01. 2023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만남>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음악

♬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하늘에 별이 몇 개나 있을까? 호주국립대학교 사이먼 드라이버 박사는 지구에 있는 모래 개수를 10의 22승이라고 봤을 때, 별은 모래보다 7배 더 많다고 봤다. 그러면 총 ‘700해’라는 기이하고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온다. 우주에 있는 별을 1초에 하나씩 세도 2000조 년이 걸리는 수라고 한다. 어느 정도인지 우리 머리로는 가늠조차 안 간다. 사이먼 드라이버 박사는 이 역시 현대의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별의 개수일 뿐, 실제 별의 수는 무한대일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 밤,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도시에서 보이는 별은 한두 개 정도일까? 우주에 있다는 수많은 별은 온데간데없다. 그중에 오직 한 개의 별만이 나를 내려다보는 듯하다. 잠시 고개를 내려 주변을 둘러보자. 별보다는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이 내 주변에서 밤하늘을 보고 있다. 그 모두가 나처럼 하늘에 떠 있는 저 별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 모두 하나의 별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 별은 우리 모두의 별이 아니다. 이 순간만큼은 오직 나만을 위해 빛나는 별이다. 우리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별 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남이 그 별을 보고 있을지라도 저 별은 나와 교감을 하고 있다. 나와 별 사이의 떨어져 있는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밤이 깊어 서로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교감이 시작된다. 저녁은 나와 별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며 공간이다.








♬ 김광섭의 시 《저녁에》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시간이 흐르면서 저녁에서 밤으로, 밤에서 새벽으로,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진다. 어느덧 캄캄한 밤하늘에 빛나던 별은 떠오르는 태양의 밝음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나 역시 하루하루 지나고, 해가 거듭될수록 나이를 먹어 점점 노쇠해진다. 그러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고, 땅속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별에게는 밝음이, 나에게는 어둠이 찾아오면서 나와 별의 교감은 흐릿해지다가 점점 사라지고, 훗날 뚝 끊기고 만다.



주변이 캄캄하면 거리 감각을 잃는다. 원근법이 무시되면서 멀리 있는 것도 마치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낀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 그렇다. 가까이 있다고 느꼈던 별이 어둠 속에서 사라지면서 결국 홀로 남은 나를 발견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이야기했던 ‘군중 속의 고독’이 여기서 나타난다. 그렇지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맺음말을 통해, 그다음 만남에 관한 소망을 남기며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는 마무리된다.








♬ 다시 만나자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 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자

유심초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중에서



유심초는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를 그대로 노랫말로 삼고, 그 뒤에 새로운 노랫말을 추가한다.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에서 결말에서 한 단계 나아간 셈이다. 다음 만남을 기약만 하며 끝나는 것이 아니라, 너(별)와 내가 훗날 나비와 꽃송이가 되어 다시 만나자고 말한다. 나와 별이 떨어져 있던 거리에 비한다면, 무척이나 가깝고 근접한 관계를 희망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중생이 세상을 떠나면 그 업(業)에 따라 또 다른 형태로 다시 태어나 생사를 되풀이한다고 본다. 이를 불교 교리 중에 “윤회[輪廻]”라고 한다. 김광섭의 《저녁에》와 유심초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윤회 사상을 바탕으로 나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인간관계 형성에 관한 소망을 담고 있다. 내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람을 떠올리며, 스스로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진다.



“우리는 그동안 어디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이제야 만났을까?”

“어쩌면 길을 걷다가 우연히 스치고 지나갔던 인연은 아니었을까?”

“우리의 만남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헤어지고 나서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린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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