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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쁜남자 Aug 03. 2024

아침에 제때 일어날 수 있을까?

불안감을 극복하는 방법

자취를 시작하게 된 첫날, 예상하지 못했던 걱정이 밀려왔다. 그 걱정은 앞으로 매 끼니를 어떻게 챙겨 먹을까도 아니고, 매일 방 청소를 어떻게 해야 할까도 아니고, 매주 빨래를 어떻게 처리할까도 아니고, 매달 월세를 어떻게 낼까도 아니었다. 내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다음 날 아침에 제때 일어날 수 있을까였다.



“현상아~ 이제 그만 일어나. 학교 가야지!”


“현상아~ 빨리 일어나. 회사 가야지!” 


“현상아~ 어서 일어나서 아침 먹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기상 알람을 맞추고 자본 적이 없다. 전날 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다음 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일이 있어도, 나에게는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아침마다 항상 어머니께서 깨워주셨기 때문이다.



그토록 원했던 독립을 이루어내고, 온전한 나만의 공간인 자취방에서 첫날을 맞이했던 그 날 밤, 머릿속에 온갖 걱정으로 가득 찼던 그 날 밤을 잊을 수 없다. 35년 넘게 아침마다 남이 깨워주는 삶을 살다가 이제는 혼자서 일어날 생각을 하니 좀처럼 눈이 감기지 않았다. 아침에 알람 소리를 못 듣고 제때 일어나지 못해 회사에 지각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다행히 다음 날 아침에 알람 소리를 듣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제때 잘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내가 한 일은 혹시나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할까 봐 5분 단위로 맞춰놨던 5개 알람을 끄는 일이었다. 



“현상아~ 지금 너무 늦었어. 내일 학교 가려면 빨리 자야지!”


“현상아~ 시계 좀 봐. 내일 출근하려면 빨리 자야지!”


“현상아~ 어제 늦게 잤으니 오늘은 좀 일찍 자야지!”



원래 밤에 깨어있는 걸 좋아했고, 밤에 라디오를 듣든 음악을 듣든 책을 보든 그냥 멍하니 있든 그 상태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는 야행성 본능이 작동했다. 그런 본능에서 벗어나 때가 되면 알아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좀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잠자기 싫어 투정 부리는 아이의 심리와 같은 마음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늘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서 마지못해 잠들곤 했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이제 더 이상 어머니의 잔소리는 없다. 그 누구도 나에게 이제 그만 자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부모님 눈치 안 보고 내 마음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밤늦게 자는 건 물론이고, 야식을 시켜 먹어도, 친구들과 놀다 밤늦게 들어와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런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정작 그렇게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제부터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자유로움보다 그러다가는 다음 날 아침에 제때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자자.”


“이제 그만 일어나자.”



불안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내 시간을 절제하는 것이었다. 규칙적인 생활로 내 삶을 루틴화하여 정해진 시간에 때가 되면 자고, 때가 되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생활이 반복되니 이제는 때가 되면 졸리고, 때가 되면 눈이 떠진다. 의사들은 건강을 위해 생체리듬에 맞춰 일찍 자고, 충분히 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때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때 잠자리에 든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과 함께 살 때보다 내 시간을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혼자 집에 있으면 마냥 널브러져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마치 연예인들이 날마다 여러 일정을 소화하듯, 내게 주워진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듯, 시간을 쪼개가며 하루를 보낸다. 예정된 시간에 맞춰 계획한 일을 끝낼 때마다 얼마나 뿌듯하고 후련한지 모른다. 영락없는 MBTI J형 인간이다.



흔히 독립이나 자취를 떠올리면 자유로운 삶만을 꿈꾼다. 자유롭기에 내 마음대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내 삶을 가치 있게 가꿔나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절제할 줄 아는 힘을 키워야 한다. 독립(獨立)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됨.’이라고 되어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힘이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독립이라 말할 수 있다. 진정한 독립의 시작은 누가 깨워주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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