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떻게 차만 타면 조냐?”

2025년 6월 19일

by 바쁜남자

“너는 어떻게 차만 타면 조냐?”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한테 늘 들었던 말입니다. 가족끼리 어디로 놀러가는 날이면, 아버지께서는 운전하시고, 어머니께서는 그 옆에 타시고, 저와 동생은 뒷좌석에 탔습니다. 제가 직접 운전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니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죠.


그렇게 한 차로 이동하는 동안, 저는 차에 타자마자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아침에 이동하든, 밤에 이동하든, 눈만 감으면 잠들곤 했습니다. 그러니 아버지께서 “너는 어떻게 차만 타면 조냐?”라는 말씀을 하실 수밖에요.

저는 어디서든 곧잘 잡니다. 마음만 먹으면 시끄러운 카페에서도 엎드려 잘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말하길 그것도 큰 복이라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탄다고 생각하니 살짝 설레더라고요. 여유롭게 버스 좌석에 앉아 대전 시내 구경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런데 현실은 버스 타는 내내 계속 졸았습니다. 그래서 버스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창문 너머 바라본 세상을 떠올리며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딱히 기억나는 게 없네요.


하지만 그 덕분에 어린 시절에 들었던 아버지의 목소리를 떠올렸습니다. 가족끼리 기분 좋게 놀러 가는데, 아들 녀석이 멋진 바깥 풍경은 구경하지 않고 꾸벅꾸벅 졸고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그렇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억지로 절 깨우시지는 않으셨습니다. 늘 눈을 떠보면 아파트 주차장이었죠.


지금 생각하니 아버지께 살짝 죄송한 마음도 들면서, 피곤을 참고 그 먼 거리를 안전하게 운전하셨던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저의 평안한 졸음은 아버지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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