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는 뽀송하고, 몸은 시원하고, 마음은 따뜻하고

2025년 6월 22일

by 바쁜남자

주말에는 어김없이 빨래방에 갑니다. 원룸에 있는 세탁기가 영 시원찮거든요. 건조기 기능도 없고요. 그래서 일주일 동안 쌓인 빨래를 바리바리 챙겨서 오늘도 빨래방으로 향했습니다.


세탁과 건조를 마치는 데는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립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책 읽기 딱 좋은 시간이죠. 그래서 빨래방에 갈 때마다 읽을 책을 가져가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살짝 걱정되었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날이 더워졌잖아요. 사실, 제가 가는 빨래방이 그리 시원한 곳은 아닙니다. 일단 빨래방에 가보고 실내가 너무 더우면 빨래만 돌려놓고 다시 집에 돌아오려고 했습니다.


빨래를 들고 동네 빨래방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빨래방이 너무 시원한 겁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벽걸이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다니는 빨래방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냉·난방기를 유료로 운영합니다. 기본요금은 1시간에 500원이죠.


빨래방에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그 말인즉, 어떤 분께서 미리 500원을 지불하고 에어컨을 작동시켰다는 것이죠. 제가 빨래방에 도착했을 때, 남은 시간은 43분이었습니다. 완전히 땡잡은 거죠.


빨래를 돌려놓고 에어컨 바람 아래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몇 분 지나니 외국인 한 분이 오셔서 건조가 끝난 빨래를 챙겨 가시더라고요. 그분이 에어컨 이용료 500원을 지불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앞뒤 정황상 아마 그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분이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마침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래서 바로 눈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분이 제 눈인사의 의미를 알아채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전해지는 마음은 서로 통해 있기를 바라거든요. 빨래는 뽀송하고, 몸은 시원하고, 마음은 따뜻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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