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탐5
9.
다음날 발령받아 온 품질팀의 새로운 직원이 출근했다.
정장을 입고 왔다.
발령 첫날 인사라 정장을 입고 왔다고 한다.
키가 크다. 185cm는 되어 보인다. 얼굴도 잘생겼다. 눈코입이 뚜렷하다. 어느 하나 작다고 느낄만한 게 없다. 목소리는 중저음. 몸도 탄탄해 보인다.
완벽하잖아.
동현은 낙담한다.
사무실 직원들이 모두 호들갑이다.
잘생겼다고, 품질팀 좋겠다고, 품질팀은 민정님을 비롯해 다들 하하 호호 들떠있다.
공교롭게도 새로 온 선호님은 탈의실 캐비닛이 동현의 옆자리로 배정되었다.
다음날 출근하며 탈의실에서 만났는데 옷을 갈아입으며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잘해보자고 인사를 했다.
선호님도 꽤 일찍 출근한다.
아직 공장이 처음이라 그런지,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다.
동현이 봤을 때 선호님은 꽤 외향적이다. 사무실 여러 사람들과 이미 말을 많이 한 거 같고, 인사성도 바르다.
동현과 꽤 다르다.
자리가 민정님의 옆자리라 가끔씩 민정님과 웃으며 대화하는 게 눈에 띈다.
동현은 질투심이 타오른다.
저 잘생긴 인간을 어찌하지.
그럴 때마다 다연님이 앞을 지나간다.
왜 자꾸 민정님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연님이 앞을 지나갈까.
이것도 참 우연의 일치다.
선호님은 빠르게 품질팀 업무에 적응해 가는 거 같다.
공장장이 갑자기 공장장실에서 나오더니 관리팀장에게 얘기한다.
“새로 발령받아 선호가 왔는데, 단체 회식 한번 해야 하는 거 아냐?”
아부의 왕 관리팀장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한다.
“네 이미 계획하고 있습니다. 공장장님 직원들 협의해서 날짜 말씀드릴게요.”
10.
관리팀장 준혁은 짜증이 난다.
공장장이 선호 왔다고 회식하자고 하는데, 대답은 계획하고 있다고 했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그다지이다.
언제로 할래 물어보면 다들 그냥 말이 없다. 다들 회식이 하기 싫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장이 꼰대에다가 술을 워낙 좋아해서 술만 먹으면 라테는 말이야를 계속 연발해 대니 직원들이 회식을 반길 리가 없다.
일단 준혁은 팀장의 권위를 이용하여 직원들의 회식 날짜 답변을 받아냈다.
좋아. 내일이다.
불타는 금요일을 회사의 회식으로.
꼰대 공장장은 한번 밀어붙이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하기 싫은 티를 내거나 미루면 삐져서 오래간다. 그럼 한번 결재할 거도 두 번 세 번 퇴짜맞고, 계속 비아냥당해야 한다.
그걸 직원들에게 설명하며, 겨우겨우 금요일이지만 회식날짜로 정했다.
그나저나 준혁은 내일이 와이프 생일인데, 큰일이다. 생일날에 회사 회식이라고 하면 와이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오늘은 집에 갈 때 뭐라도 사서 가야겠다.
늘 이런 식이다.
개인사와 회사 일이 겹치면 꼭 개인사가 손해를 보고, 회사에는 헌신해 봐야 아무 쓸모도 없이 노비의 직위를 벗어날 수 없고.
얼른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해야지 원..
그렇게 준혁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인사담당 은별이 다가와 말을 건다.
“팀장님. 식당 직원 1명이 퇴사한대요.”
“응? 누구? 왜 갑자기?”
“네 강은주 씨요. 너무 힘들고 수입도 적고 해서 퇴사하고 다른 곳 알아본대요.”
“강은주 씨면 15년 정도 근무하시지 않았나? 하긴 식당 직원은 급여도 적은데, 매년 급여 인상도 잘 안 해주니 원. 나도 이해한다. 또 채용해야겠네? 얼른 채용 공고 올려.”
준혁이 팀장을 맡고서 벌써 몇 번째 직원 퇴사인지.
다들 돈 적고, 힘들다고 퇴사를 한다.
준혁 생각은 회사 문화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꼰대 공장장도 그렇지만, 본사에서도 온통 꼰대들만 있어서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항상 전통만 생각하고, 직원들의 성장이나 자기 계발에는 관심도 없고, 퇴사하면 채용하면 되지라는 직원을 그냥 소모품으로만 생각하는 그런 문화다.
준혁은 회사일로도 머리가 아프고, 오늘 집에 가서 와이프에게 어떻게 내일 회식한다고 말해야 할지도 머리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