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중도 포기 비율이 매우 높은 나라, 스웨덴에 대하여.
내가 학교를 처음 간 날, 생각보다 좁은 강의실에 가득 찬 많은 학생들의 수에 놀랐다.
학사 과정도 아니고 석사 과정이라 소수의 학생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30명쯤 되는 많은 학생들이, 심지어 그 사람들이 모두 앉을 의자도 모자라 밖에 있는 의자를 가져와 앉아야 하는 상황에 적잖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교수도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올 줄 몰랐는지 잠시 우리는 모두 우왕좌왕했었다.
그런데 10주간의 첫 코스가 끝난 후 몇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스웨덴 대학은 출석체크라는 개념은 아예 없을뿐더러,
'공부는 결국엔 혼자 하는 것이지, 학교는 너희의 공부에 도움을 줄 뿐.
다 큰 성인들이 스스로 선택하여 학교에 오든 오지 않든 학교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너의 최종 결과(pass or fail)에 책임을 지면 된다'
라는 식의 생각이 기본이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다음 10주간의 시간이 흐른 뒤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이 끝나고 다시 학교에 돌아갔을 때
10명이 넘는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중 몇 명은 학교에 가끔 나타났지만, 정기적으로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몇 명은 아예 그 이후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중 대부분이 방글라데시에서 온 학생들이었기에
(처음, 이유는 모르겠으나, 같은 반 사람들 중 방글라데시에서 온 학생들이 7명이나 됐었다)
다른 방글라데시 친구에게
"너희 친구들 왜 학교에 안 와? 혹시 방글라데시로 돌아갔니?"
라고 물어봤을 때
"맞아. 몇 명은 돌아갔어. 뭐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님이 아프기도 하고, 금전적인 문제도 있고."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본격적인 research 수업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최종적으로 18명밖에 남지 않았다.
스웨덴은 자국민들에게 (혹은 나처럼 거주 비자가 있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모든 교육이 무료이지만, 외국에서 공부하러 스웨덴에 오는 유학생에게는 등록금을 받고 있다.
10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학생들까지 모두 무료 교육을 제공하였지만,
이제는 유학생들은 등록금 내고 학교를 다녀야 한다.
스웨덴을 포함한 거의 모든 유럽은 지금 보수 정부가 정권을 잡고 있다.
전통적으로, 역사적으로 진보적인 성격이 강했던 스웨덴 정부도 최근 gang들의 강력 범죄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치안에 대한 걱정이 증가되어,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보수 정부가 집권을 하였다.
게다가 유럽의 경제 사정까지 나빠지면서 정부는 복지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보수 정부든지 복지에 대한 예산을 줄이기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줄이는 부분은 단연 '돈이 되지 않는' 교육 혹은 의료 부분이다.
그래서 지금 스웨덴 학교들은 돈이 없다.
그것이 더욱더 대학들이 유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받으려는 이유다.
(우리 이후에 들어온 2025년 입학 학생들은 우리의 인원 수보다도 15명이 더 많이 들어왔다)
정부의 지원금이 줄어드니 학생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에 의존을 할 수밖에.
하지만 경제 수준이 좋지 못한 나라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은 결국 스웨덴의 어마어마한 생활비(자신의 나라와 비교해)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해, 3개월 혹은 6개월, 1년 만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곤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스웨덴 자국 학생들의 학업 중도 포기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모든 교육이 무료일 뿐 아니라, 학업을 중도 포기했다가 다시 입학하는 길도 매우 간단하다. 그래서 중간에 전공을 바꾸거나, 인턴쉽으로 일했다가 다시 공부를 하거나, 휴학을 하고 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매우 많다.
또한 학업 성취에 대한 부담도 없다.
하다 못해 대학도 한국 대학과 비교하면 한 번에 공부해야 할 과목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
시험이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것도 아니며,
하나 못해 fail을 했다 하더라도 5번이고 10번이고 원하는 만큼 재 시험의 기회를 주는 나라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취업에 엄청난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며,
실제로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실무 경험을 쌓은 학생들과 석사 박사까지 많이 공부를 한 사람들의 삶의 질(연봉, 사회적 대우 등)이 큰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치열하게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 스웨덴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마치 천국 같았다.
경쟁도 없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는 나라라니.
미친 듯이 경쟁해도 살아남을까 말까 한 대한민국과 비교를 하면 천국 같은 곳이 아닌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곳이나 천국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이곳도 나름의 고충과 걱정이 있었다.
삶의 절실함이 없는 사람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우리와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외국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자신들끼리 살아왔을 때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쟁이라는 것을 하면서.
가끔 스웨덴의 20대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웨덴은 참 지루한 나라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늘 똑같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나라라고.
그래서 한국에 가면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겁고, 볼 것이 많아서 너무 좋다고.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늘 동경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다른 두 나라를 다 경험해 본 나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교육 시스템의 장단점과,
'경쟁'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어느 곳에도 치우 지지 않고 중간을 찾아 맞춰가는 것 정말 어렵다.
그 LAGOM적 가치관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 스웨덴의 LAGOM 개념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전 발행한 브런치 북 '그들의 행복한 이유'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