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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화래진 Aug 13. 2020

나 혼자 산다는 것

 혼자 생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의식주를 혼자 해결한다는 의미일뿐더러 의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빨래)를 실천하고 식이 포함된 대부분의 행동(설거지, 음식)을 한다. 그중에 제일 만만치 않은 게 주(분리수거, 쓰레기 버리기, 화장실 청소)인데, 집을 깨끗이 쓸고 닦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혼자 입구멍에 음식 넣을 줄만 알았으며, 평생 부모님이랑 함께 살면서 캥거루족을 자처하고 싶은 나였다. 서울로 가게 되자마자 부모님이 나를 웃으며 내보냈다. 그동안 나를 보며 흐뭇해하고 예뻐하던 그들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간단한 생필품만 내려주고 간 그들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도 연락 한 번이 없다. 떠나면서 했던 말들이 생각난다. 혼자 나갔으니 둘이 되어 오라~




 첫째 주에 나는 몹시 심심했다. 밥이 콧구멍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겠고 핸드폰을 놓지 않으면 외로워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결국 3일 동안 데이터를 모조리 다 쓰고 말았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신청했다. 핸드폰 통신사랑 결합하면 저렴하다고 하길래 결합도 하고 혼자 벌써 자취인이라며 뿌듯해했다. 하루 종일 핸드폰만 하는 일과에서 패드도 하고 노트북도 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집세만 축내다가 알바몬을 열었다. 나는 이제 대학원에 들어가야 하는데 알바를 하기엔 터무니가 없었다. 그러던 중 현관에 대한 괴담이 생각났고 나는 철문으로는 보안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에 앞에 커튼을 달았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저 현관이랑 방을 분리하고 싶었을 뿐이겠지.


그다음 주는 꽤나 사람다웠다. 새벽에 오피스텔에서 누가 소리를 지른 것만 빼면. 대충 옆집 사람들의 퇴근시간까지 간파해 버렸다. 그리고... 약속이 생겼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나를 찾기 시작했다. 우리는 열심히 먹었고, 백수인 나는 생활비가 거덜 나 우유로 끼니를 때우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외식이 최고였다. 분명 혼자 먹어서 입맛이 없었는데 왜인지 몸무게는 늘어나 있었다. 운동을 하자는 결심하에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처량해서 눈물이 다 나올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ylpsL9omfBI


 드디어 셋째 주, 배달음식이 너무 먹고 싶은 거다. 낯선 이의 방문이 무서워 문 앞에 두고 벨을 눌러달라는 요청을 했다. 벨소리가 들리고 나는 인터폰을 봤는데 배달기사가 아래로 안 내려가고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적으로 나는 무서움에 떨었지만 떡볶이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난 후 사람이 내려오지 않자 내가 잘못 봤다는 판단하에 재빨리 문을 열고 떡볶이를 가져왔다. 한동안 무서워서 배달은 자제하려고 한다.


 내 방에는 벽 한쪽만 한 크기의 큰 창문이 있다. 이 창문은 도저히 열 수가 없다. 한쪽은 방충망이 없어서 못 열고 한쪽은 나무랑 너무 가까워서 벌레 때문에 열 수가 없다. 잠깐 열었다가 벌레가 잔뜩 들어와 온 몸이 간지럽다. 다음 주 피부과 예약이 시급하다. 나는 항상 창문을 열고 잤는데 여기는 2층이라 밤중에 누가 기어 올까 봐, 혹 그게 사람이던 곤충이건 알 수가 없다. 밤에 현관과 마주 보이는 창을 볼 때면 나 괜찮은 걸까... 하며 한숨이 나오곤 한다. 혼자 산다는 것은 큰 용기와 보안에 힘쓸 수 있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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