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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Oct 25. 2016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고

맙소사 내가 뭘 본거지

영화 초반, '????'

영화 중반,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영화 후반, '맙소사 내가 뭘 본거지?'



 이 영화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수많은 기대를 안고 야심 차게 시작한 이 영화가 이렇게 침몰한 이유는 무얼까. 침몰의 양태는 너무나 다양하고 심각해서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캐릭터는 중구난방이고, 핍진성은 물론이고 개연성마저 없다. 내가 원작 인물들의 캐릭터들을 약간 알고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악당이고, 그들이 가져야 할 성품?이 있다. 이들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 계기가 그들의 목숨이 인질 잡혀있었던 것임은 누구에게나 이해되지만, 그들이 목숨을 인질 잡힌 상황에서 세계와 친구를 구하겠다며 뛰어들게 되는 과정은 전혀 납득이 되질 않는다.


 영화는 시시때때로 키를 잘못 잡는다. 유머러스하고 싶었던 건지, 진지하고 싶었던 건지, 악과 정의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건지, 신파에 대해 설득해보려 한 건지 모르겠다. 영화 내의 모든 인물들 중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은 할리퀸과 데드샷에 불과하다. 그나마 데드샷은 주인공으로서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기에 그렇다 치자. 할리퀸은 배우의 매력과 유일하게 빛나는 유머감각을 보유하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치자. 슬립낫은 마치 인스턴트커피처럼 한번 타 먹고 버려지며 캡틴 부메랑과 킬러크록은 왜 등장해야만 했는가(캡틴 부메랑은 삼성 간접광고를 위해서였을지도..). 그딴 식으로 캐릭터를 소모할 것이면 왜 이리도 많은 인물들을 이곳에 욱여넣어야만 했는가. 인첸트리스는 왜 마지막 장면에서 엉덩이를 흔들며 주문을 외워야만 했는가. 이해 못할 유치한 모든 것들이 이 영화에 있다.


 영화 내내 숨죽이고 있던 디아블로는 갑자기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악당들에게 전우애를 느끼고 유대를 발휘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영화 속에 강림하여 대부분의 사건을 종결시킨다. 할리퀸의 마지막 행동은 그녀의 모든 행적에 반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설득 없이 간단히 극의 모든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면, 그리고 대부분의 것들이 아주 낙관적으로 끝나버릴 것이었다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데드샷이 마지막 총알을 날리는 장면의 그 지루하기 짝이 없는 슬로모션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암담하다. 나는 그나마 배트맨 대 슈퍼맨을 보면서 디씨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아주 작은 희망을 가졌었다. 보통은 그 영화에 대해서도 많은 악평이 끊이질 않던데, 나는 워낙 기대를 낮추고 봐서인지, 그리고 감독판으로 확장 편집된 버전을 봐서인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똑같이 기대를 낮추고 봤음에도 더욱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분명 개성 있을 캐릭터들이 한 번씩 과거 소개를 하고는 다른 군인들과 다르지 않게 소모되고 전쟁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모습은 너무나 절망적이다. 디씨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희망의 싹이 될 것이라 보았던 이 영화가 이렇게나 추락한 끝에, 과연 저스티스 리그는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리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대충 들었다. 판타스틱4의 리부트가 겪은 과정도 그렇고, 감독을 선임하고 그에게 전권을 일임했으면 신뢰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려는 자들이 오판을 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키를 잡으면 영화는 침몰하기 마련이다. 조급함과 자신들의 지난 실패에 대한 오판, 그리고 돈에 대한 욕심이 이 영화를 망쳤다. 디씨에 회생은 가능할 것인가. 점점 회의적으로 입장이 변해간다.



+ 난 히어로 영화를 꽤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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