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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23. 2015

유럽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150529(2) : 베트남 호찌민, 노트르담 성당 등

 점심을 간단히 먹은 뒤, 우린 호찌민 관광 속성 코스를 돌았다. 먼저 가까이 있는 노트르담 성당에 찾아가 둘러보려 했는데, 성당 맞은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 우리 쪽에도 멋진 건물이 있어 찾아보니 호찌민 중앙우편국이었다. 르네상스식으로 장식된 입면이 밝은 노란색으로 페인팅 되어 있었고 주두 등 파사드에 새겨진 조각들이 눈길을 끌었다. 내부는 비잔틴 양식의 펜던티브 돔으로 높은 층고를 갖고 있었는데, 중앙 전면으로 배럴볼트가 길게 뻗어나가고 그 좌우로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그린고트 은행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노트르담 성당은 19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프랑스령 시절에 증축하여 현재에 이른다고 했다. 하노이에서 보았던 성요셉대성당과 지어진 시기는 비슷하지만 양식은 전혀 달랐다. 성요셉대성당이 콘크리트로 지어진 고딕 양식의 건축이라면, 노트르담 대성당은 평면 및 파사드의 형태 등은 거의 같지만 벽돌로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이라는 점에서 달랐다. 고딕 건축이 주는 상승감이나 날렵함보다는 둔중하고 묵직한 느낌을 주는 건물이었다. 다만 파사드에는 높은 첨탑이 좌우에 버티고 서 있어 수직적이고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그 후 우린 약간 걸어 호찌민시박물관에 도착했다. 호찌민시박물관 역시 프랑스령 시절에 지어진 건축물이라고 했는데, 그리스식 오더와 페디먼트가 돋보이는 회색조의 건물이었다. 오더 위에는 볼류트 사이로 여인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었다. 페디먼트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린 입구에서 매표하고 웨딩사진을 촬영 중인 현지인들을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전시는 형편없었다. 내가 궁금한 건 베트남의 고대 및 중세시대 유물들이었는데, 전시관에는 조악한 도자기 몇 점과 꽤나 인상적인 목조각 한두 개를 빼놓고는 모두 근대 이후의, 그것도 디오라마 식의 역사 전시가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녹슨 농기구나 전쟁무기들, 호찌민이 독립투쟁을 하며 연설하는 장면의 재현 같은 것들은 내게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그러나 건축이 꽤나 인상적이었기에 건물을 본다는 생각으로 걸음을 옮겨 다녔다. 특히 중앙로비의 계단이 인상적이었다. 흘러내리는 듯한 디자인에 좌우로 넓게 펼쳐져 올라가는 그 동선에서의 시퀀스, 게다가 나무로 짜여져 올라가는 동안 들리는 그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멋진 계단이었다. 


 그 후 남서쪽 블록에 있는 인민위원회 의사당을 찾았다. 내부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콜로니얼풍의 화려한 입면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 앞에 펼쳐진 넓은 도로와 도로를 나누는 광장이었다. 그 아찔하게 깊은 축에서 느껴지는 공간감과 시원함이란! 좌우에 늘어선 건물들이 서양식으로 디자인된 고급 호텔들 이어서 그런지 오토바이들만 없었다면 유럽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마치 파리처럼? 깊은 축을 갖는 도로와 광장이 준 인상이 내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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