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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23. 2015

도대체 밤마다 무슨 일들이 일어나길래

150530 : 베트남 호찌민, 길거리

 아침 일찍 득은 나가고, 나는 좀 더 자다가 뒤늦게 씻고 나가 집 앞의 노점 식당에서 값 싼 점심을 먹었다. 구운 갈비가 올라간 쌀밥에 건너편 펍에서 맥주를 사와서 같이 먹었다. 베트남 식당들에서는 병맥주를 사서 그대로 들고 나올 수가 없게 되어있다. 병맥주의 용기가 위험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어서라고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혹시 펍에서 병맥주를 테이크 아웃하려 한다면 주인장이 1회용 용기에 옮겨 담아주곤 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이 평화로워보이는 도시에서 도대체 밤마다 무슨 일들이 일어나길래 병맥주의 병마저 흉기 취급한다는 것인가. 


 점심과 맥주를 마신 후, 다시 그 펍으로 돌아가 두 병을 더 마셨다. 팔천동으로 사이공 그린을 파는 곳인데, 내가 본 펍들 중 가장 저렴하게 맥주를 파는 곳이었다. 가지고 나간 책을 읽으며 대낮의 여행자 거리를 빈둥거리는 건 꽤나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곧 득에게 문자가 와서 난 방으로 돌아가 득과 함께 짐을 꾸렸다. 


 호찌민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넘어가는 것에는 약 여섯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도착비자는 내가 알기로 수수료 20달러에 만들 수 있는데, 여행사 아주머니가 그건 재작년 가격이라며, 지금은 30달러로 올랐고 자기네에게 5달러를 더 내면 국경 검문소를 더 빠르고 간편하게 넘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우린 아주 많이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은행에서 남은 베트남 동을 달러로 환전하기로 하여 짐을 맡긴 뒤 은행을 찾아 걸었다. 꽤나 멀리 있었는데, 그곳까지 애써 걸어가니 문이 닫혀있었다. 토요일이었다. 허무하게도 우린 은행 앞에서 다시 발길을 돌렸고, 돌아오는 길에 맥도널드에 들러 햄버거를 먹었다. 득은 콜라를 쏟았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온 우리는 여행사 아주머니를 통해 동을 달러로 바꾸고 로비에 앉아 버스 출발을 기다렸다. 버스는 네 시에 출발하기로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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