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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23. 2015

국경을 걸어서 넘어가는 내 인생 최초의 순간이었다

150530(2) : 베트남-캄보디아, 국경 검문소

 이번 버스는 슬리핑 버스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좌석버스의 형태였다. 그것도 우등고속처럼 세 줄로 좌석이 배열된 모습이었는데, 한국 좌석버스랑 똑같군 하면서 타고 보니 좌석 위쪽에 ‘창측/내측’ 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 짐은 짐칸이 아닌 맨 뒷자리에 실려졌고, 우리는 그 앞 앞 자리에 앉았다. 동승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자리가 넉넉히 남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 내리는 창 밖의 풍경 속으로 마지막 베트남의 모습들이 천천히 뒤로 지나갔다. 우리의 발걸음이 닿지 못한 곳들이 보였다. 커다란 건물, 퐁비듀센터를 연상시키는 복합건물, 우리가 걸었던 골목길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 미로 같은 골목들과 넓은 초원의 풍경들. 풍경들이 뒤로 지나갈 때마다 거리의 채도가 조금씩 낮아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눈길을 주었을 때에는 어두운 밤 도로에 빗줄기만 창문을 햘퀴고 있었다. 


 종종 버스가 멈춰 서고 운전기사와 현지인들이 내려 오줌을 누었다. 우린 뒤에 앉아 슬리핑버스보다 우리나라 좌석버스가 훨씬 낫네 라고 생각하며 편히 앉아있었다. 버스가 달린 지 2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버스 관계자가 여기서 잠시 내리라고 했다. 우리의 여권은 이미 그에게 준 후였다. 우린 이곳이 어딘지 어리둥절하였으나 이내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국경임을 알 수 있었다. 국경 검문소 건물 옆으로 버스는 지나가고, 사람들은 검문소로 들어가 입국심사를 받는 시스템인  듯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여행사에 비자 요금으로 35달러나 낸 뒤였기 때문에, 그들의 약속대로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패스할 수 있었다. 국경을 걸어서 넘어가는 내 인생 최초의 순간이었다. 검문소 직원은 우리의 얼굴도 보지 않고 통과시켜주었다. 캄보디아의 검문소가 비리가 많다더니, 이런 식이라면 범죄자들도 쉽게 드나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검문소를 지난 뒤, 버스에 다시 탑승해서 바깥에서 절차를 밟는 여행사 관계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캄보디아 군복 같은 것을 입은 인물이 우리 둘 뿐인 버스에 올라타 우리의 여권을 요구했다. 우린 이미 비자가 끼워진 여권을 돌려받은 후였기에 침착히 여권을 제시했다. 그는 여권을 보고는 우리 보고 잠시 나가 있으라 했다. 짐 따위를 점검해보려는 건가? 싶었는데 별 일 없이 우리는 여권을 다시 돌려받고 버스를 타고 출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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