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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Oct 16. 2015

처음 가보는 도시의 밤은 언제나 낯설다

150602(2) : 캄보디아 프놈펜-씨엡립

 사람들이 옮겨 탄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버스가 바뀐 것 같았다. 우리도 짐을 들고 버스를 옮기려는데, 득과 함께 뒤에 앉아있던 서양인 남녀가 앞으로 나오며 내게 인사했다. 너가 건축학도구나! 라며 자신은 데이빗, 그 옆은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했다. 득의 설명에 의하면, 그들은 독일 출신이고 내가 정체모를 음악에 괴로워하는 동안 그들과 자신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우리의 여행 계획을 이야기하니 자신들도 우프를 해본 적이 있다며, 독일에 온다면 자신들이 재워주겠다고, 연락하라고 메일 주소도 교환했다고 했다. 좋은 친구가 생겨 나 역시 기뻤다. 


 버스를 옮겨 타자 새로운 버스는 곧 출발했다. 우리가 원래 출발하기로 했던 시간인 12시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늦은 시간이었다. 데이빗 커플과 우리는 맨 뒤 바로 앞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나는 다시 가이드북을 읽다가, 창밖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종종 잠에서 깨어 내다본 창 밖에는 목초지에 풀을 뜯는 흰 소들과 흙먼지 가득한 도로들이 지나갔다. 약 7시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았기에 우린 저녁시간 즘 되어서 멈춘 한 식당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었다. 그 식당의 주인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정말 싸죠? 이거 정말 싼 거예요!라는 대사를 연발했으나, 우리가 밥값을 계산하려니 애초에 말한 리엘보다 더 큰 달러값을 부르기에 우리가 리엘로 계산하겠다고 하자, 영어를 못 알아듣는 연기를 구사하는 비즈니스맨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우리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 


 버스가 씨엠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간 뒤, 9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내 외곽에서 내리자마자 툭툭 아재들이 달려들었다. 우리는 또 걸어가 볼까 하였으나 데이빗이 함께 시내까지 동승하자고 하여 그러기로 했다. 데이빗 내외는 이미 예약해 둔 숙소가 있어 그곳까지 가격을 흥정하고 툭툭을 타고 달렸다. 처음 가보는 도시의 밤은 언제나 낯설다. 툭툭 아재는 계속해서 나와 득에게 어디에서 묵을 것인지, 정해지지 않았다면 자신이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줄 테니 한번 보고 정하라느니 하는 말을 건넸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현지인 남성의 말을 믿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었으므로 그런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데이빗 내외는 수영장이 딸린 비교적 좋은 숙소를 구했다. 그들이 예약할 때 방은 14달러였다고 했다. 우리 역시 그 가격이면 나쁘지 않았기에, 한번 들어가 물어보았으나 예약하지 않은 우리에게 흥정의 라스트 가격은 20달러였다. 우린 데이빗과 인사하고 다시 숙소를 구하는 길에 올랐다. 


 하지만 툭툭 아재가 데려다 준 길들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았다. 15, 14달러를 부르는 집들을 거친 뒤에 13달러를 부른 집을 12달러로 깎아 들어왔다. Green Guesthouse였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고, 오는 길에 보았던 편의점에서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사서 돌아와 샤워 후 들이킨 후 휴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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