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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7.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 속에는

150520(2) : 베트남 하노이, 노트르담 성당

 카페에서 휴식과 기록을 마친 후,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성요셉대성당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예상외로 지도 위에 표시된 위치를 아무리 기웃거려도 성당은 보이지 않았다. 고민 끝에 해당 블록을 나누는 골목길로 들어서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보기로 했다. 헌데 들어선 골목길이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와 옷가게, 기념품 가게로 가득해 걷는 내내 즐거웠다.  그중 한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길을 물으니 이 골목길을 따라 조금만 더 들어가면 성당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과연 게스트하우스 로비직원의 말처럼 몇 분도 채 안되어 걸으니 바로 성당의 측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당은 북향으로 놓여있어 우리가 스쳐간 서측면에는 이미 기운 해가 비스듬하게 노오란 빛을 뿌리고 있었다. 중앙에 장미창을 둔 ㅂ자 형의 성당 입면은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좌우대칭형의 파사드는 전형적인 고딕 양식의 고전 성당 건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좌우로 높게 솟아 ㅂ자형으로 구성된 파사드에 뚫린 수 많은 첨두아치와 중앙 상부에 설치된 장미창을 통해 고딕 양식을 모방한 것으로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다만 첨탑과 플라잉버트레스는 보이지 않았는데, 첨탑이 없는 것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영향인 것으로 보이며 플라잉버트레스는 그다지 높지 않은 건축의 특징으로 인한 것으로 생각됐다. 고딕 건축 특유의 날렵함과 상승감이 느껴졌고, 상부의 하중이 첨두아치를 통해 흘러내려오는 모습이 보이는 듯한 구조미 역시 느낄 수 있었다. 


 건물의 내부는 정비가 필요해 보일만큼 깔끔하지 못했던 외관과는 다르게 밝고 정결했으며, 클리어스토리(고측창)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첨두아치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네이브와 아일의 높이감과 공간감 등으로 인해 신성한 기운이 느껴졌다. 종교건축이 인간에게 주는 경건함이란, 때로는 현상학적 측면에서 접근해보아도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소음과 먼지, 끈적하고 더운 공기 속에 방치되었던 몸을 그곳에 들이니 마치 신의 넓은 품에 안긴 듯한 평안함과 안도감 등이 동시에 느껴졌다. 동시에 이 나라 종교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같은 날 방문한 문묘건축을 보면 우리나라와 같은 유교문화권에 속해있는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골목을 걷다 보면 마주치는 수 많은 사찰들을 보면 불교문화 역시 깊게 스며있는 나라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규모 있는 가게나 호텔 로비에는 항상 작은 불전과 그 앞에 바쳐진 공양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 속에는 이렇게 숭고한 기독교적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 내게는 신비롭게까지 느껴졌다. 모자를 벗고 예의를 차려 조심스레 들어간 우리는 조용히 내부를 구경하고 나와 다시 발길을 돌렸다.  


ㅂ자형의 성당 파사드.
상당히 더럽다.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내부로 들어오는 빛은 스테인드 글라스를 거쳐 이렇게.
아일(측랑)의 모습. 내부는 밝고 높고 깨끗하다.
아일보다 높은 네이브(신랑), 리브볼트의 구조미와 클리어스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아름답다.
하노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찰들. 우리나라와 유사한 종교문화를 가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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