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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6. 2016

해가 떴으니, 다시 달렸다

150605(4)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왓과 쁘롬 유적

 해가 떴으니, 다시 달렸다. 앙코르 툼도, 앙코르 왓도 보았으니 이젠 어딜 둘러봐야 할까. 아무래도 앙코르왓 동편에 있는 다른 유적들에 가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앙코르왓 동편에는 역시 많은 유적들이 산재해 있었는데, 그중 특히 쁘롬 유적에 가장 가보고 싶었다.


 쁘롬 유적은 영화 툼레이더의 로케이션 장소가 되어 더 유명해진 곳으로, 시간이 흘러 거대한 나무들이 그 뿌리로 유적들을 감싸고 자란 광경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사진들로 얼핏 보아 나는 그 모습에 호기심이 일었다. 


 론리플래닛에는 그 유적지에 관한 학자와의 대담이 실려있었다. 낭만이냐 보존이냐의 화두를 던진 그 대담에서, 그 나무들이 유적의 보존을 막고 있으므로 나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과 그 나무들로 인해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관광객들이 찾아오므로 나무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었다. 나는 둘 모두에게 의아했다. 굳이 의견을 대립구도로 나누어야 하는가? 


 나도 문화재를 공부하는 사람이지만, 그 유적에 입혀진 시간의 모습까지도 현재까지 전해져 온 유적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그 나무들을 재단할 필요도 없고, 보존이라는 이름으로 유적들을 어떻게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유적들에 덧씌워진 시간의 흔적들이 그렇게 남았다면, 그것들 전부가 현재의 그 유적 자체다. 그렇다면 그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안전사항 등에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의 보수 정도면 족할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달리는 동안 우리가 딛고 있던 도로는 태양빛을 반사해 금빛으로 번쩍였다. 빛나는 도로를 달린다고 생각하니 뭔가 낭만적이어서 달리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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