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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6. 2016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을 보고

방대한 세계, 그 친절한 설명서의 첫 장

1. 하스스톤에 대하여


 난 고등학교 때부터 게임이란 걸 끊었다. 대부분은 그 시절에 게임에 대한 욕구를 가장 크게 느끼는 듯한데, 나는 좀 특수한 고등학교에 간 터라 게임이란 걸 할 상황이 안됐다. 사실 그전까지 하던 게임이라고 해도 대부분 혼자 집에서 즐기는 CD게임들이어서, 개인용 PC가 없는 곳에서는 하기 힘들기도 했고. 


 그런데 요즘 즐겨하는 게임이 있는데, 하스스톤이라는 카드게임이다. 워크래프트라는 블리자드의 히트작을 기본으로 하고 그 설정과 캐릭터를 빌려와 카드게임의 형태로 만든 수작이다. 뭐, 내 게임 편력을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고... 이 영화를 보게 된 동기 따위를 이야기하자니 이 얘길 하지 않을 수 없다. 감상에도 꽤나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2. 이 영화에 대하여


 이 영화는 블리자드의 히트작 워크래프트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실 나는 워크래프트가 전략 시뮬레이션이던 시절, 영어로 된 워크래프트2를 떠듬떠듬 신기해하며 하던 시절의 사람이다. 그 뒤로 롤플레잉 게임에는 흥미가 없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흔히 말해 와우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게임의 기반되는 세계관이나 설정 따위는 몰랐는데, 하스스톤을 하며 흥미가 생겼다. 등장하는 캐릭터들 간의 관계에 따라 등장 대사가 달라지기도 하고, 특수 능력도 각자 개성이 있으니 게이머로써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에 약간 들떴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영화에 대해서는 딱히 얘기할 게 없다. 영화가 워낙 판타지의 전형이기도 하고, 캐릭터들도 입체적인 구석 없이 뻔하게 사건을 끌고 나간다. 재미있는 인물은 가로나와 메디브 정도랄까. 극 자체를 끌고 가는 인물은 안두인과 듀로탄인데, 그들은 영웅적 인물의 전형인 데다가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분들이라 매력은 딱히 없다. 판타지건 드라마건 이야기에서 매력적인 인물은 언제나 고민하고 갈등하고 선택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가로나와 메디브 역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아서, 영화 전반에 걸쳐 내 흥미를 끄는 인물은 그닥 없었다.


 영화 전반을 봐도, 별로 흥미 있을만한 것들은 없다. 인상적인 연출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판타지 영화에서 흔히 기대하는 엄청난 액션 장면도 없다. 전투 중 벌어지는 뛰어난 전술이나 전략 같은 것도 없다. 메디브의 골렘을 상대하는 장면에서 뭐가 있긴 했는데, 그게 예상 밖의 엄청난 한 수였던 것도 아니다. 영화의 주제도 식상하기 그지없다. 두 세력이 충돌하는 가운데 선과 악의 경계는 흐릿하고, 각자의 입장과 신념만이 있다. 나중에는 악이라는 것의 정체가 밝혀지는 듯 하나, 후속작을 염두에 둔 듯 명확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영화의 주제도 여기서 나온다. 전쟁에 선과 악이 있는가, 없다면 그곳엔 무엇이 있는가, 이 정도가 아닐까. 답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고.


 그렇다면 이 영화에 대한 내 감상은 이렇다. 워크래프트라는 방대한 세계에 대해 알려주는 친절한 설명서의 첫 장이랄까. 뭐 그 정도의 영화였다. 나는 이미 이 세계관에 흥미가 생긴 사람이므로 후속작들이 나온다면 하나하나 챙겨볼 예정이지만, 주변에 막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하긴 하다. 듀로탄의 아들이 쓰랄이라는데, 마치 모세처럼 강물에 맡겨진 그의 신변이 어떻게 해서 호드의 지도자까지 가게 되는지. 아마 모세의 행적과 비슷할 듯한데, 예상컨데 거의 모세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가 쓰랄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불타는 군단이 뭔지, 메디브가 씌인 그놈의 정체는 뭔지, 아무튼 궁금한데 설명이 안 되는 것이 좀 많다. 오크의 색은 왜 붉은 것과 녹색이 섞여있는지, 그런 설정들. 후속작을 기다린다.



+ 가로나 너무 예쁘다. 혼혈이라곤 하는데 드라카에 비하면 아예 다른 종족 같다. 하지만 드라카 멋있다. 남편 때리는 장면이 인상 깊다.

++ 카드가 원래 저런 설정이었구나. 흔한 판타지 영화 속의 성장형 캐릭터.

+++ 와우는 안 할 거다. 워낙 주변에 와우 하지 말라고, 마치 흡연자가 비흡연자에게 담배를 만류하는 것처럼 경고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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