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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6. 2016

'비밀은 없다'를 보고

관객의 흥미와 극의 쾌감만을 위해 질주하는 스릴러

 꽤나 흥미로운 영화다. 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에 대한 전말을 주인공이 쫓아가는 흔한 스릴러의 소재인데, 관객의 예측을 계속해서 조작하며 장난친다. 처음에는 정치극의 소재인 줄 알았는데 중반에는 상처 입은 소녀의 로맨스인가 싶다가 마지막에 와서는 개인의 윤리 문제로 종착한다. 반전을 노렸다고 생각하진 않고, 그저 관객에게 추리와 서스펜스의 유희를 즐겁게 느끼게 하고 싶었지 않았나 싶다.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연출이다. 극의 중점 사건과 인물이 빠른 호흡으로 넘어가는데, 이를 효율적인 연출이 흥미롭게 붙잡는다. 계속해서 사건을 서술하는 주체가 바뀌어 전지적 시점인 듯하다가도 어느새 돌아오면 주인공의 시점에서 얻어낸 정보들의 나열이다. 이런 연출이 정신없을 수 있는 이야기의 파편들을 효율적으로 한곳에 집중시킨다. 


 그리고 손예진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정말 드문 비극이자 혼돈 속에서 손예진의 연기는 방향을 정확히 잡는다. 중반부 이후 복장과 메이크업이 달라진 부분에선 연출이 과하다고 느껴졌는데, 손예진의 연기가 이를 납득하게 한다. 종장에 와서 보여주는 그 미친듯한 연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청각적 효과와 여러 미쟝셴, 그리고 앞서 말한 재미있는 연출에서 보이는 흥미로움과는 달리 줄거리 자체에서 납득되는 인상적인 주제가 없다. 또한 사건들이 이리저리 뒤집히며 복잡할 수 있는 인과관계를 연출이 효과적으로 조율했다고 말했으나 그것은 조율에 불과하다. 여전히 극 자체에서 보여지는 균형 잡힌 무언가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소재에도 약간 주목을 해야 할 듯싶다. 우리나라의 현실정치부터 지역감정, 그리고 학교와 가정의 사회문제까지 다방면을 건드린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최종장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을 뿐, 영화의 주제나 중심에는 가 닿아 있지 않다. 영화에 개연성과 핍진성을 부여하는 장치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나는 두 번째 추측에 종착해서 흥미 있게 풀어나갔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바람에 불과하다. 결국 바람과는 달리 다룬 영역 중 어디에도 가 닿지 않은 영화가 되었다. 보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듯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관객의 흥미와 극의 쾌감만을 위해 질주하는 인상적인, 그러나 다소 아쉬운 스릴러물로 정리할 수 있겠다.



+ 김주혁과 두 아이들도 꽤나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손예진이 워낙 뛰어났을 뿐.

++ 제목은 너무 유치하다.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게 어땠을까?

+++ 손예진이 이렇게 큰 딸을 낳은 아주머니로 묘사되다니 의아했으나, 내가 연애시대의 은호를 본 것이 2006년이니 어느새 은호의 아이도 살아있었다면 저 비슷한 나이가 되었겠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손예진에게 또 감사.

++++ 아이들의 음악은 어째 무키무키 만만수와 엄청나게 비슷해 보인다. 2인조 여성 밴드라는 점과, 작사와 작곡을 둘이 나눠 맡았다는 점, 그리고 다루는 악기가 타악기와 기타로 구성된다는 점, 무엇보다 내지르는 창법과 키치한 편곡, 괴랄한 가사가 정말 유사하게 느껴진다. 아마 분명 감독은 무키무키 만만수를 보고 이 두 아이의 음악세계를 구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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