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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8. 2016

국경을 넘는 소떼라니,

150606(2) :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국경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국경은 생각보다 더 허술했다. 톨게이트 같은 곳을 지나자 바로 국경이 나타났는데, 작은 경비초소 같은 가건물 하나가 전부였다. 그 앞에 조성된 야외 식당 같은 곳에서 우리를 포함한 여행사를 통해 국경을 넘으려는 자들이 대기했다. 여행사의 직원은 우리의 여권을 걷어가고는 국적을 물었다. 독일이나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수수료를 포함한 비자 값을 물어야 했다. 한국인인 우리들은 라오스에서의 15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했으므로 돈을 내지 않아도 가능했으나, 알 수 없는 명목의 돈 각 5달러, 총 1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아마도 비자발급(무비자라는 것이 비자가 없다는 개념이 아니라 일종의 비자 수수료 면제의 개념이라는 것을 이때 알았다) 업무를 대행해주는 여행사에 대한 수수료였을 것이다. 


 돈을 내고 직원이 나누어준 카드의 양식에 맞추어 간단한 인적사항을 기입했다. 그것과 여권을 가져간 여행사 직원은 곧 돌아와 차례로 걸어서 국경을 넘어가라고 했다. 우린 배낭을 메고 천천히 걸어서 국경을 통과했다. 경비초소 같은 작은 건물에 들어가 앉아 있는 라오스의 국경검문소 직원들은 우리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우리가 타고 온 미니밴은 이미 라오스에서 캄보디아로 넘어온 사람들을 태우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 뒤였다. 우린 국경을 걸어서 넘어가 반대편에 있는 식당의 테라스에 앉아 새로운 차를 기다렸다. 오스트레일리아 남자와 태국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작은 아이는 밝고 명랑했다. 식당에서 키우는 새장 속의 새가 울자 ‘이게 무슨 소리죠?’ 하며 똘망똘망 눈을 빛냈고, 한 무리의 소들이 길 밖 초원에서 몰려오자 ‘소들이 와요!’ 하며 소리쳤다. 국경을 넘는 소떼라니. 듣도보도, 생각도 못했던 풍경이었다. 


 곧 천둥소리와 번개의 번쩍임이 번갈아 등장하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식당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다. 곧 우리를 태우고 시판돈으로 향할 새로운 벤이 도착했고, 우린 차례로 차에 타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몸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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