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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8. 2016

배 위에서 바라보는 메콩강의 풍경은

150606(3) : 라오스 시판돈의 반나카상, 돈뎃 섬

 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시판돈의 반나카상Ban Nakasang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우리의 여행사에서 제시했던 것과는 달리 그곳에서 따로 돈뎃 섬으로 가는 배편을 결재해야 했다. 모터 달린 기다란 배를 타기 위해 우리는 개인당 5달러 정도 되는 돈을 내야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남자의 작은 아이는 이름이 세끼라고 했다. 삼시 세끼도 생각나고, 안 좋은 욕들도 생각나게 하는 이름이어서 우리는 웃었다. 그러나 아이 아빠에게 굳이 한국에서 세끼라는 단어가 그런 뜻이라는 걸 알려줄 필욘 없었다. 대신 우리는 아이의 이름을 알게 된 후로, 아주 친밀하게 그 녀석의 이름을 자주 불러주었다. 쎄에끼, 쌔끼!! 이쌔끼..


 반나카상에서 탄 배는 아주 불안정했다. 배에 올라타는 우리 눈에 배에 들어찬 물을 퍼내는 뱃사람의 바쁜 손놀림이 보였다. 우린 이래도 괜찮은 거야?라고 서로 망설이며 배에 올라탔다. 조금이라도 좌우 균형이 맞지 않으면 배가 기우뚱했으므로 뱃사람이 큰 배낭을 멘 우리에게 가운데에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소리쳤다. 모든 승객이 배의 가운데에 나란히 앉은 뒤에야 배는 출발했다. 내가 앉은 판자 뒤편 바닥에는 아직 퍼내지 못한 물이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터를 켜고 달리는 얇고 기다란 배 위에서 바라보는 메콩강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4천 개의 섬이라는 게, 정말 섬다운 섬이 4천 개나 있는 게 아니라 마구잡이로 자라난 풀더미처럼 보이는 물 위의 저것들까지 섬으로 친다는 걸 알았다. 탁한 녹빛의 강물 위로 푸른 초목들이 뒤엉켜 작은 섬 같은 것들을 만들고 있었고, 그 위로 지는 해가 붉은 노을을 만들며 넘어가고 있었다. 내리던 비는 어느새 엷어지더니 보이지 않고 있었다. 구름들 사이로 숨은 해 주위에서 붉은빛이 감돌았다. 


 돈뎃 섬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뿔뿔이 흩어졌다. 숙소를 예약했다는 세끼네 가족은 섬의 입구에서 인사했고, 우리처럼 묵을 방을 구하는 독일 청년은 우리가 15분 걸어가야 있는 방으로 간다고 하자 너무 멀다며 주변에서 자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우리는 점점 어두워지는 메콩강변을 따라 가이드북에서 본 미스터 파오의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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