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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9. 2016

어쩔 수 없이 또

150609(2) : 라오스 시판돈, 스트리트 뷰 바

 스트리트 뷰 바에 가는 길은 참 어두웠다.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은 해가 지고 나면 거의 모두 하던 일을 접고 집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버젓한 가로등 하나 없는 데다가 밤이면 여행객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는 거의 아무 빛도 없는 흙길을 랜턴을 비추며 걸어갔다. 


 가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수많은 별들이 우리 머리 위에 있었다. 주변의 빛이 없어서 더 밝게 빛나는 것 같았다. 비록 내가 ‘별을 봤던 그 날’ 보다는 아니었지만, 정말 많은 수의 별들이 푸른 밤하늘 사이에 점점이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 경탄하며 바라보다 다시 랜턴 빛을 비춘 길을 바라보니 다른 반짝이는 것이 깜빡깜빡 손전등 앞을 날아갔다. 


 불을 끄고 가만히 보니 날벌레 한 마리가 꽁지에 불을 키우고 조용히 날고 있었다. 반딧불이었다. 오랜만에 본 반딧불이가 신기해 쫓아가 손아귀에 잡아넣었다. 공간을 두고 움켜쥔 주먹 안에서 반딧불이의 빛이 깜빡였다. 손을 펴니 반딧불이는 다시 조용히 하늘을 날았다. 


 음, 어쩔 수 없이 또 ‘반딧불이를 본 날’이 떠올랐다. 비 내리는 호숫가에서 우비를 입고 손을 잡은 나와 그 사람과, 그 앞을 일순간 날아오르던 반딧불이들의 모습이. 별로 이렇게 떠올리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내 인생에 반딧불이를 보는 순간마다 그 날을 떠올리게 되겠지. 기억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라고 다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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