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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ae Oct 27. 2021

'돈이 전부는 아니야'하고 말할 수 없는 시대

사랑을 지키기 위하여


1.

간밤에는 낮에 커피를 마시지 않았는데도 수면유도제를 한 알 먹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심지어 어제도 네 시간밖에 자지 못했는데.

그래서 태국어 공부도 하다가, 김영하의 여행 에세이도 읽다가, 넷플릭스에서 ‘너를 닮은 사람’도 보다가, 부동산 사이트에서 이사할 집을 검색해보기도 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아 그리고 사랑에 관한 생각을 하며 담배도 한대 폈다.

아무튼 이 오래된 불면증은 지독하다. 이것 때문에 놓친 것들이 너무 많다. 근데 뭐 이게 내 삶이니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아침을 맞는 기분은 좋다. 잠을 한숨도 못 잤지만 푹 잔 척하면서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오늘은 다행히 스케줄이 많지는 않지만 이따가 집 보러 상암동 가야 해서 안 자고 버틸 생각이다.

2.

코로나 이전에는 세상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고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진다.

다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절이 오면 좋겠다. 큰 배낭 하나 메고 아무렇게나 머리를 기른 사람들이 심각함이라곤 일도 없는 얼굴로 여기저기 쏘다니는 모습들을 보고 싶다.

삶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때는 나를 찾는 사람도 많았고 돈도 열심히 벌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거다. 그런데 작년에 한번 일시적으로 일이 끊겼던 경험을 하고 난 이후로는 그런 말을 쉽게 하지 못하겠다.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 돈은 너무 소중하다. 요즘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다.

3.

석 달 후 바쁜 일들이 끝나면 방콕으로 들어가 교육 비자로 일 년간 어학원에 다니며 방콕에서 지낼지 ( 그렇다면 서울의 집을 옮길 필요가 없다 ) 아니면 태국에는 한 달만 다녀온 후 이사를 해 더 일을 많이 할지 고민 중이다. 물론 태국으로 들어가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그것을 매개로 새로운 일들이 생길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한국에 있는 것보단 수입이 적을 거다. 그렇지만 태국에 있으면 무조건 행복하다.


4.

요즘 사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매 순간 사랑의 안부가 그립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의 매 순간이,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의 매 순간이 편안한 건지 궁금하다.

사랑 때문에 힘들지만 그래도 사랑이 있어서 좋다. 어떻게 어떻게  나이를 먹도록 살아남다 보니 이제 사랑이 뭔지 조금은 알겠다. 좋은 것들만 주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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