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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ae Nov 27. 2021

단 돈 백바트의 크루아상 샌드위치와 함께 하는 행복

치앙마이 올드타운의 반 베이커리


치앙마이에는 빵집들이 참 많아요. 태국사람들이 빵을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은퇴한 서양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할 거예요. 얼마 전에 외국의 여행잡지에서 물가나 거주환경, 제반시설 등 여러 항목에 점수를 부여해 발표한 ‘은퇴한 뒤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기사에서도 치앙마이가 일 위로 꼽혔더군요.

태국은 일본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고 일본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참 많은데 제빵기술도 일본에서 들여온 것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빵집들이 많아요.

특히 반 베이커리는 일본인 남편과 태국인 아내가 운영하는 곳이니 일본식 제빵기술로 만든 빵을 판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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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배이커리는 아침 여덟시에 문을 열어 오후 네시경이면 닫는 곳인데 오후에 가면 대부분의 빵들이 떨어지고 없을 만큼 인기가 많은 빵집이에요.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땐 ‘이곳이 왜 이렇게 유명하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지금도 이 정도의 유명세를 가질 만큼 대단한 빵을 파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반 베이커리의 크루아상 샌드위치만큼 든든하고 담백한 빵을 단 돈 백 바트에 맛볼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잘 떠오르지 않아요.

한국에서도 맛있는 빵을 파는 곳들이 참 많지만 반 베이커리의 크루아상 샌드위치는 자주 생각이 나곤 해요. 그렇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크루아상 샌드위치 때문에 이곳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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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드타운 옆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반 베이커리 야외석 구석자리에 앉아 오후 시간을 보내는 걸 참 좋아해요. 야외석 차양 아래 앉아 담백한 크루아상 샌드위치에 따뜻한 우유를 곁들여 먹으며 한가로이 오후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모든 것들이 무해한 세상 속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노곤해지는 그 느낌을 아시나요?


오후 늦게 반 베이커리에 들러 크루아상을 먹고 저녁이 올 때까지 올드타운을 천천히 걷는 건 제가 치앙마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예요.



어서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가 반 베이커리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올드타운을 천천히 걷고 싶어요. 걷는 것만으로도 명상에 잠긴 것처럼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 시간 속으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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