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할 걸 그랬어 - 김소영(당인리 책 발전소 후기)

by 정지영

도서관 에세이 코너를 얼쩡거리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빌린 책. 아마 내 머릿 속에 무수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에 대한 대답처럼 보여서 집어들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퇴사'로 시작해서 좋아하는 것 (책)을 주제로 한 일본 여행으로 흘러가고 현재 당인리 책발전소를 운영하며 고민하고 있는 것들로 마무리된다. 책을 읽기 전후를 기점으로 변한 나의 관점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오상진 와이프 김소영에서 김소영 대표님이 됐다는 것. 하나는 회사를 좀 더 다녀봐야겠다라는 생각. '진작 할 걸 그랬어' 를 고를 땐 그 앞에 '퇴사', '사업' 등을 붙여 읽으며 일단은 회사를 벗어나는 결심에 어떤 부스터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웃기게도 책을 다 읽고 나서 롤모델이 '김소영'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퇴사에 대한 생각을 조금 접었다. 에세이 앞부분 작가님이 퇴사를 하기까지의 결심을 이끌어 냈던 시간과 노력을 읽었을 때 내가 겪는 갈증이 너무 하찮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회피만이 가장 쉬운 길임을 알아서 그 안에서 해소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마무리가 가장 최선인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현재로써 잔잔한 후회도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책을 다 읽고 당인리 책 발전소가 너무 궁금해서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토요일 오후 2시, 느즈막히 일어나서 가지말까 한번. 부랴부랴 씻고 지하철을 탔는데 카페인 부족으로 손이 달달 떨리고 어지러웠다. 그때 또 돌아갈까 한번. 1시간의 지하철 여정 (환승 때가 고비였다)을 끝내고 다행이 역 근처에 있는 책방을 마주했을 때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내내했다. 구미에 있는 삼일문고 같기만 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천국같은 곳이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일본 책방 ..궁금하긴 한데 거기 내가 읽을 책이 있을까? 란 생각에 별로 끌리진 않았는데 그 결과물이 당인리책발전소라면 올 여름 휴가는 이미 정해져버린 듯하다. 1층은 책과 문구 진열, 커피 주문을 할 수 있는 카운터가 있다. 여기서 베스트셀러를 적어놓은 상소문?같은 게 붙어있는 데 이런 디테일들이 사람을 극락가게 하는 거지. 2층으로 올라가면 커피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나는 창문 맞은 편에 앉았는데 열린 창문으로 봄바람이 들어왔다. 꼭 나만 아는 다락방에서 조용히 책 읽는 기분이라 내내 행복하다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책 읽을 때 주전부리도 빼놓을 순 없는데 당인리책발전소는 쿠키로 유명하다지만 나는 책에 가루 떨어지는게 싫어서 다른 걸 찾다가 카운터 앞에 카라멜을 팔길래 커피랑 같이 주문했다. 그냥 달달한 카라멜이겠거니 하고 먹었는데 얼그레이 카라멜이었다. 봄바람과 노래에 나른해질 즈음에 기분좋은 쌉싸름함이 노곤함을 깨뜨린다. 주중에 받은 스트레스가 입안에 카라멜처럼 녹아버리는 순간이었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그렇게 우울하기만 했는데 당인리 책발전소에 있었던 그 두시간 즈음이 다시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현재 일요일 오후 8시 04분인데 아직 실실 웃고있다. 내내 책은 나의 도피처라고 생각했는데 '진작 할 것 그랬어'가 현실에서도 잘 있을 수 있다고 날 어루고 달래줬다. 오랜만에 혼자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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