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구름 Feb 27. 2023

쉰여덟 번째 하늘

20230227

Burleigh, Austraila

가끔 오래된 서랍을 열어보면 귀여운 파랑새나 비 묻은 나뭇잎 같은 희한한 것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것들을 내가 왜 보관하고 있는지 모를 때는, 심지어 이것이 내 물건이 맞는가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요즘 나는 매일 밤마다 오래된 서랍장을 열어 그 안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중이다. 그곳에 주인을 잃어버린, 아니 주인이 잃어버린 귀한 보물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그 어두 컴컴한 곳에서 언제 썼는지 기억 따위 없는 아름다운 글 하나를 발견했다.

그 글은 옹기종기 앉아서 자기들끼리 작은 빛을 밝히고 있었는데, 민망하게도 끝내 그 얼굴들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글과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빛 잘 드는 창가로 꺼내주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글 빛깔을 음미했다. 


'고마워, 너는 날 기억해 줘서'

매거진의 이전글 쉰일곱 번째 하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