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구름 Mar 09. 2023

예순네 번째 하늘

20230305

플로리다, 미국

이 밤에 하늘을 우러러 비밀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비밀이란 무엇인가.

비밀이란, 사실 인간의 인지 밖의 개념이다.

<이건 비밀인데>로 시작하는 그럴싸한 연대는 사실 비밀 폭로의 행위이다. 폭로는 비밀을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것으로 변질시킨다.

 비밀은 적어도 매우 철저해서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존재하는지 아무도 모르니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느낄 수도 없다고도 표현하기 어렵다. 즉 우리는 비밀에 대해 정의 내리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당신 혼자만 알고 있는 사실들은 어떨까. 혼자만의 비밀도, 엄밀히 따지면 비밀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신 스스로 이미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비밀로써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한다.


 인류가 절대로 알 수 없고, 스스로도 깨우칠 수 없는 범위의 것을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비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모두 우리의 착각이었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들이 모두 거짓이고 허상이라면? 그러면 비밀의 범위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까지 포함하여 전부로 확장될 수 있다.

 이렇듯 비밀에 대하여 생각하다 보면, 비밀은 밝혀질 수 있는 성질만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비밀을 유지한다'는 개념은 존재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는다는 말이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인지 밖의 것들을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람들을 우리는 '비밀을 밝혀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 말에도 오류가 있다. 우리는 비밀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 그것이 오래전부터 존재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비밀을 밝혀냈다'라고 표현하기보다 '비밀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애초에 그 누구도 인지할 수 없는 비밀을 인지하고 그것을 밝히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비밀은 우리보다도 더 살아있어서 스스로 밝혀지고 싶은 만큼만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폭로하는 비밀. 이것은 마치 신의 현현과 매우 흡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순세 번째 하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