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경험에 관하여(1)
책을 가지고 노는 새로운 방식
“독립출판”, “책맥”, “북스테이”, “독립책방”, “동네서점”, “심야책방”, “책바"
비슷한듯 다른 이 키워드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의 독서가 교양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면, 이제 사람들은 색다른 책들이나 경험을 찾아 서점으로 몰려들고 있다.
사람들은 동네에 위치한 작은 서점을 들러(동네서점) 특정한 가게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도서를 본다(독립출판). 서점 주인이 건네는 술 한 잔을 마시며 책을 구경한다(책맥/책바), 밤을 새서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심야책방) 아예 여러 책을 볼 수 있는 숙박시설에 머물며 책을 읽기도 한다(북스테이).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컨텐츠와 경험을 찾아 몰리고 있을까? “동네서점 지도 프로젝트”를 보자. 16년 8월 현재 기준으로 전국에 약 100여개가 넘는 서점들이 운영되고 있다.
또 독립 출판물을 모아 파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행사의 경우에는 작년에 만 3천명 가량의 관객이 몰려 178개의 부스를 구경하는 등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서점을 들르는 사람들은 무슨 매력을 찾아 오프라인 공간에 방문해 책을 구입하는 것일까? 인터넷 서점에서 편하게 책을 살 수 있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는데 말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
경험과 추천을 통해 콘텐츠를 제안하다
우선 이런 작은 서점에서는 새로운 문화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사는 동네인 해방촌에는 세 개의 작은 서점이 있다. 독립출판 서점인 스토리지북앤필름과 고요서사와, 별책부록이 한 달에 한 번 자정까지 여는 심야책방 행사가 있다. 서점들끼리 협업해서 새로운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것이다. 손님들은 세 개의 서점을 돌아다니며 와인을 마시거나 책을 구경한다. 또 상암동에 위치한 동네서점 북바이북을 보자. 북바이북에서는 다양한 저자 강연과 강좌가 열린다.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던 독자들이 강연을 들으러 온다. 혹은, 강연을 들으며 새로운 책을 접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또 작은 서점에서는 서점 주인이 선정한 개성있는 책을 구경할 수 있다. 주로 주인이 관심있는 분야를 기준으로 책을 정하되, 고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앞서 언급한 북바이북은 책의 내용에 대한 감상을 꼬릿말을 통해 사람들의 의견을 제공하고 있다. 해방촌 책방인 고요서사의 경우 주인이 읽어본 인상깊은 구절을 쪽지에 적어놓기도 한다. 혹은 도쿄의 키테역에 있는 서점에서는 북 테라피처럼 독서 처방전을 판매하기도 하고 각각의 날에 태어난 작가를 선정하기도 한다. 또 작은 서점의 경우 선정된 책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구도를 사용해 책을 배치한다. 예를 들어 성북동에 위치했던 오디너리 북샵 서점의 주로 책 표지를 노출시키거나, 배치를 자주 바꾸어 손님이 주목할 수 있게 한다.
기존 대형 서점들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을 보자.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던 아마존은 2015년 11월 시애틀에 새로운 오프라인 지점을 열었는데, 주목할 점은 책을 배치할 때 리뷰의 갯수나 선주문, 인기도를 바탕으로 선정하여 책을 진열한다. 아마존 리뷰를 보여주어 독자들이 책을 고르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의 경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고 제안하는 방향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책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기조 아래,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필요한 것을 사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여행 책 코너에서는 여행책뿐 아니라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같이 구매할 수 있으며, 여행을 예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결과 책과 물건, 또 이에 대한 문의사항을 답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어우러진 독특한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읽기 경험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해주는 “제안력”에 주목해야
작은 서점과 대형 서점, 국내와 국외 사례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서점 사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책’이라는 컨텐츠를 단순히 진열하는데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인터넷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도 다양하고 저렴한 책을 접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컨텐츠를 둘러싼 새로운 경험을 찾아 발걸음을 옮겨갈 수 있다.
츠타야의 사장인 마쓰다 무네아키의 저서인 지적자본론에서 이러한 경험을 기획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제안력”이라고 일컫는다. 온라인 서점에 비해 오프라인 매장이 갖는 장점은 즉시성과 직접성이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책을 살펴보거나, 책에 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때 서점을 찾는 고객(사용자)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휴먼 스케일"을 적용해 기획을 완성해야 성공적인 경험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공간과 콘텐츠, 강연 등 오감을 활용해 오프라인의 경험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제안력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다수의 사람들에게 어필하거나, 매출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줄 새로운 방법인지는 아직 시험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공간에서 사용자 경험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서점의 새로운 시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컨텐츠와 공간, 경험이 결합되어 사용자들이 가치를 느끼는 방식일 것이다. 서점들이 새로운 경험을 구성하는 방법-컨텐츠를 선정하고, 공간과 경험을 결합시키는 방법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도서관 또한 서점처럼 공간 경험을 주목하고 있다. 공간에 대한 깊은 통찰은 조광수 교수님이 쓴 하단의 글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해당 글은 연구실 홈페이지에 주간으로 연재되는 트렌드 리포트에 기고되었습니다:)
Reference
경향신문, 2015.11.08. 올해 처음 미술관으로 들어간 ‘언리미티드 에디션’…주말 빗속에서도 관객들 몰려. Retrieved fr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1082105395&code=960100
퍼니플랜, 동네서점지도 Retrieved from. 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_M-c8mhPwl14MN9AQ4lwAJlMSFc
김진영, 2015.11.09. 아마존 첫 오프라인이 보여주는 리테일의 미래. http://trendw.kr/media/15-110901.t1m
다이칸야마 츠타야 T-Site 방문기. 2015.11.18.Retrived from http://blog.naver.com/zoe87/220542890428
제임스 머코스키(2014),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흐름출판.
북노마드 편집부(2015), 우리, 독립책방. 북노마드.
JOH Company(2015). 매거진 B: 츠타야.
마쓰다 무네아키(2015). 지적자본론.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