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2주 탐방기(6)
지난주 여행기는 피를 토하면서 싸운 이야기를 쓴 거 같다.
그래도 어쨌든 둘이 헤어지지 않고 돌아왔다.
그리고 즐거웠던 바닷가에서의 프로포즈에 대해서도, 다시 상기해서 써본다.
네르하를 떠나 론다로 가던 3월 11일의 해안도로 위에서였다.
안달루시아는 교통이 편하지 않기 때문에 렌트를 했던 두 번째 날이었다.
네르하에서 말라가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인 N340은 예쁜 지중해가 보이는 바닷가다.
거하게 조식을 먹고 늦은 점심이나 먹을까 하다가,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봤을 때였다.
여기다, 라더니 들꽃으로 꽃반지를 만들고 나를 불렀다.
아 이게 프로포즈구나, 싶어 허허 웃어버렸다.
대부분들 사정상 양가 인사나 결혼 준비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프로포즈가 굳이 필요하냐, 는 의견도 있지만
내게는 그 시간이 꼭 필요했다.
조용히, 둘이서, 손뼉 치고 손을 맞잡으면서
맛있는 밥 한 끼 먹으며 잘살자고 다짐하는 시간이.
예를 들어 김환타 작가의 "유부녀의 탄생" 시즌 1을 보자.
남편분은 만화가인 아내의 직업을 이해해주고 싶었고,
그 마음을 표현한 "아이패드"를 선물로 주었다.
그 마음씨에 울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짝은 나를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데려가진 않았다.
맛있는 밥과 코스요리는 잘 모르니까.
대신 짝은 언젠가 내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나를 위한 진심 어린 말을 해달라"라고.
그는 절충해서 조용한 바닷가에 가겠노라 말을 했다.
아, 그래서 이 바닷가구나.
생각해보면 완벽했다.
교회 옆의 수풀을 지나면 자그맣고 예쁜 바닷가가 보이고,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도 작은 선물을 주고 싶어,
주섬주섬 주운 조가비에 몇 마디를 붙여 답해주었다.
낄낄거리다 비디오를 찍고, 웃는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결국 점심 먹는 것도 까먹었지만,
즐겁고 사랑스러운 순간이었다.
네르하를 찾아가기 힘든 것처럼,
그곳은 더더욱 찾아갈 수 없을 거다.
솔직히 그 바닷가가 어딘지 모르겠다.
그곳이 완벽했던 이유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며,
우리조차 모를 아무 바닷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평범한 바닷가에서 아무도 없었기에 맹세할 수 있었다.
들에 핀 꽃이랑, 바다에 떠밀려온 조가비를 들고서.
앞으로도 일상을 같이 하자고.
아무 꽃에 아무 바닷가에 아무 조개 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순간이 특별해진 건 마법 같았다.
우리가 서로를 발견했듯이.
+)
이 방식의 또 다른 장점은,
어디 써먹기 좋은(ex. 모바일 청첩장쯤..) 이야깃거리가 되는 점이다.
내 생각엔 강화도 건 제주도건 국내건 국외건 이 방식이었으면 무조건 좋아했을 것 같다.
단점은 자유여행중이라 모든 사진들이 매우 쩔어있다는것과,
나한테만 즐겁고 타인에겐 오글거릴 수 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