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회고 2 - 영수증 편
미니멀의 이유라는 글을 쓴지 1년 남짓.
내 삶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으니.
다시 취업을 했으니 고정수입이 생겼고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그런 내가 요즘 집착하게 된 것은 “절약”의 문제다.
열심히 매일매일 쓴 돈과 지출을 기록한다.
2인분의 삶에 필요한 돈을 알기 위해서.
요즘 동료들과 말할 스몰토크 주제가 할 주제가 하나 더 늘었다.
관리비 이야기, 밥해먹는 이야기만 하면
대충 유부남&자취생 분들과 엄청 재잘거릴 수 있다.
결론은 간단하다.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고.
야채값이 이렇게 비싼줄은,
물 단위가 톤인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좀 따뜻하게 지내려다 가스비&전기값이 각 6만원.
겨울이면 겨울이어서, 여름이면 여름이어서
또 집에 들어가야 하는 품과 비용이 얼마나 많은지.
(예를 들면 뽁뽁이.)
루나파크 홍인혜 작가의 말마따나,
“집은 살아있는 유기체”인것 같다.
꾸준한 관심을 요구한다.
실은 집을 부르는 이름, 이미 지어줬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김둥지 씨.
물건에 대한 집착은 많이 버렸다.
한 달에 한 번 양말 사는게 옷 쇼핑의 전부인 적도 있다.
둘이 머리자르고 2천원짜리 떡볶이 먹으면 딱 삼만원.
정말 내 겨울옷장은 333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도록 되었다.
핸드크림도 꾸역꾸역 다 써가서 화장품통도 단촐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깝지 않은 소비들이 있다.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 퍼블리. 가상 공간에 차곡차곡 꾸린 내 서재, 리디북스.
광고가 없어서 쾌적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투브 레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나에게 도움이 되는 강연에 결제하는 비용.
취미생활에 대한 소비는 조금 신중해져야 할 것 같다.
회사에서 그림모임을 하는데, 색연필 드로잉에 푹 빠졌다.
색연필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사는 건 좀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뜨개질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데,
세이브더 칠드런 모자뜨기는 대실패다.
(아무리 해도 배울 수 없다.)
어제 중고거래로 성공적으로 맥북 프로를 샀다.
이로서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프로, 회사 컴인 맥북 에어. 4중 앱등이가 되었다.
그 외에도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
각종 블루투스 악세사리들을 무지 잘쓰는 중이다.
“빵굽는 타자기 1,2,3호”라는 신미경님 말마따나
내 삶에 꼭 필요한 것이니까 후회는 없다.
다만 용도가 겹치면 정리는 해야겠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맥북의 쓰임새가 비슷하지 않은지 고민중이다.
여러 사정상 신혼여행을 바로 가지 않았다.
대신 늦겨울 프랑스 여행을 준비중이다.
좋은 그림을 눈 안에 많이 담고 오길 바란다.
미술관을 많이 다니고,
슈퍼마켓을 섭렵하고,
바다에서 느적거리는 여행.
제대로 돈을 쓰고 싶어,
연말이라고 들뜨기보다는 집에서 차분하게 보내는 중이다.
다음 여행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요즘 열심히 듣는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
거기에 우리의 사연을 보내면 어떻게 될까?
재활치료 및 의료비가 생활비의 40%가 넘어가는 우리.
“안타까운 스튜핏, 건강하자 스튜핏”이 나오지 않을까
(남편 치료비가 절반인데,
남편사랑 그레잇 안 될까요.)
보험회사 없으면 안되는 우리들.
꼭 필요한 비용이겠지.
절약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조만간 “건강하고 즐거운”삶을 누리면서
얼른 털어버리는 비용이길 바란다.
김생민의 영수증에서는 기록을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중요하게 써야 할 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겠지.
결혼식때도 내게 남을 수 있는 물건이 적어서 좋았다.
하객에게 나눠줄 꽃을 살 수 있어서
내게 꼭 맞는옷을 빌릴 수 있어서 좋았다.
반지와 구두는 사게 되었는데
역시나 평소에 정말 안 쓰고있다.
절약이 습관화된다면, 돈이 무섭지 않을까? 라는 문장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를 알면 돈이 무섭지 않을까?”
로 고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커버 사진은 unsplash.com에서 얻었습니다.
(Photo by taylor hernandez on Unsplash)